"소련, 아프간에서 10년 만에 철수… 우크라戰 패퇴도 얼마 안 남아"

에스토니아 총리, CNN 출연해 `우크라 지원` 호소
"美가 우크라 돕지 않으면 러시아에 승산" 경고도

최근 미국을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원조 필요성을 역설한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돕지 않으면 러시아가 이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칼라스 총리는 오는 202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차기 사무총장직에 도전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칼라스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맹렬히 비판하며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해 ‘북유럽 철(鐵)의 여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출연해 크리스티안 아만포 국제문제 대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19일 미국 CNN에 따르면 칼라스 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이 방송에 출연해 크리스티안 아만포 국제문제 대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그가 워싱턴에서 미 연방의회 의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촉구하고 에스토니아로 돌아간 직후였다.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인 미 하원은 최근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에 드는 비용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칼라스 총리는 “만약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돕지 않으면 러시아가 전쟁에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발발 후 국제사회의 이목이 우크라이나를 떠나 중동으로 옮겨진 점을 거론하며 칼라스 총리는 “지금 여기(우크라이나)에서 자유를 위한 싸움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중동 사태가 러시아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한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줄어들면서 러시아군은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칼라스 총리는 “푸틴이 취한 모든 조치는 서방의 대응이 약해질수록 더욱 대담해졌다”라는 말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군사원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이 20세기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치른 전쟁과 현 상황을 비교했다.

 

1978년 아프간에는 소련의 지원을 받는 친(親)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그러자 공산주의를 증오하는 이슬람 무장정파 무자헤딘이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사실상 내전에 휩싸였다. 이듬해인 1979년 소련은 아프간 정부를 돕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파병했다. 이로써 소련과 무자헤딘 간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왼쪽)가 지난 4월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애쓴 공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첨단무기로 무장한 소련군이 무자헤딘의 게릴라 전술에 맥을 못 추고 무너졌다. 전쟁이 10년 가까이 장기화하면서 소련군은 1만5000명 넘는 전사자가 발생했다. 극심한 인명피해에 소련 국내에서 반전(反戰) 분위기가 고조됐고 결국 소련은 1988년부터 아프간에서 자국군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989년 마지막 소련군 부대가 아프간을 떠나면서 전쟁은 끝났다.

 

칼라스 총리는 “아프간에서 소련의 군사작전은 10년을 끌었다”며 “우크라이나의 경우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2014년 전쟁이 시작했으니 오는 2024년이면 꼭 10년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그때쯤이면 러시아는 자국이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을, 우크라이나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패퇴가 얼마 안 남은 만큼 향후 1년간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군사원조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24년 10월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나토 사무총장이 물러날 예정인 가운데 칼라스 총리가 유력한 후임자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최근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나토 사무총장을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선 “그렇다”고 명쾌하게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