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전산망 '먹통' 사흘째인데…명확한 원인 규명 왜 못하나

전문가들 "복구도, 원인 발표도 안 돼…민간기업이었다면 난리 났을 일"

19일 정부 행정전산망 '시도 새올행정시스템'의 장애 사태가 사흘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원인 규명조차 이뤄지지 못하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월요일인 20일 시스템 정상화를 목표로 정부 행정전산망의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이 있는 대전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정보관리원)에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100여명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정보통신(IT) 전문가들은 교체한 네트워크 장비 등을 분석해 장애 원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지난 17일 서울시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전산기에 네트워크 전산망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장애가 발생하기 전날인 16일 정보관리원에서 행정전산망 네트워크 장비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해 프로그램 업데이트에 사용된 패치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업데이트한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과 충돌한 것은 아닌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전산망 서버 오류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과 함께 복구에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사흘째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라며 "단순히 하드웨어 장비 문제인지, 인증 서버 소프트웨어 문제인지 파악이 안 됐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만약 인증 서버에서 심각한 오류가 났다면, 애초에 보관된 개인정보도 소실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단순히 서버만 살리고 끝날 일이 아니라 완전 복구까지 훨씬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8일 밤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지방행정전산서비스장애 대책본부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행안부 설명대로 시스템 업그레이드 패치에서 생긴 오류인지, 관리 인력의 수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건지 제대로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류가 발생한 지 사흘이 넘어가도록 원인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 납득하기 힘들다는 비판도 거세다.

 

김용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은 민간 정보통신(IT) 기업이 사흘째 복구 조치도 하지 않고, 원인 발표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라"며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먹통 오류에 대한 원인을 정식 발표하지 않은 탓에 전문가들도 원인을 예측하지 못하겠다"며 "이미 원인 규명은 어느 정도 나왔을 텐데 그저 말을 아끼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꼬집었다.

서울여대 김명주 교수도 "원인 규명 자체가 오래 걸린다기보다는 책임자 소재를 두고 발표가 늘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고 있는 행정전산망이 마비된 지난 17일 한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무인민원 발급창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제껏 북한의 사이버 공격 등을 여러 차례 받아오면서 관련 훈련도 실시하고, 대응 매뉴얼과 시스템을 갖춰놨을 텐데 아직도 복구가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도 백업 시스템을 가동해서 시민들의 피해가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정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가 먼저 복구된 것은 오프라인 전산망 오류로 인해 민원인들이 일시적으로 온라인으로 몰렸다가 해소됐기 때문"이라며 "특별한 기술적 복구를 통해 이뤄진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원인을 모른다는 게 아니라 더 상세하게 밝히기 위해 정밀히 조사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됐던 부분을 교체해서 정부24 서비스가 복구되지 않았느냐"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킹 정황은 없지만, (아직 파악하지 못한) 신기술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 부분도 계속 스크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