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인가 꼼수인가… 다년 계약 오지환 FA 신청

보호선수 아낀 LG에 KBO ‘제도 보완’ 검토

전략인가 아니면 꼼수인가. 

 

비(比)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을 맺은 LG 오지환이 FA를 신청하면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미 LG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오지환이 시장에 나타나면서 LG는 보호선수 1명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반면 타 팀에서는 오지환 때문에 2차 드래프트는 물론 FA 전략이 흔들렸다고 비판했다. 제도의 허점을 드러낸 KBO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규정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18일 KBO가 공시한 2024 FA 선수 명단에 오지환의 이름이 등장했다. LG는 올해 1월19일 오지환과 구단 최초 다년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계약내용은 2024년부터 2029년까지 계약기간 6년에 총액 124억원(보장액 100억원, 옵션 24억원)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야구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은 오지환의 계약이 끝난 것으로 확신했고, 올 시즌 오지환이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다년 계약을 맺은 만큼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오지환은 FA 시장에 나왔다. 오지환은 LG가 제시한 대로 6년 총액 124억원을 제시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오지환은 왜 FA 시장에 나왔을까. 2차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1명 더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22일부터 열리는 2차 드래프트에서 각 구단은 35명의 보호선수 명단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FA 승인 선수와 입단 1~3년차 선수는 자동으로 보호선수로 묶인다. LG는 오지환이 FA를 선택함에 따라 오지환을 제외한 35명의 보호선수 명단을 꾸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다른 구단들 역시 같은 상황이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KIA는 지난 10월 김태군과 3년 25억원에 다년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김태군은 FA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KIA는 김태군을 포함한 35명의 보호선수를 꾸려야 한다. 

 

2차 드래프트 제도가 오지환 계약 ‘협의’이후 발표되는 등 복잡한 상황이 있었지만 LG는 제도의 빈틈을 노린 꼼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지환이 등장하면서 LG의 보호선수는 늘어나게 됐고, 모든 구단들이 2차 드래프트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여기에 오지환이 FA 시장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오지환과 협상의 기회도 갖지 못하게 됐다.

 

LG 관계자는 “오지환은 LG의 상징적인 선수”라며 “오지환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다년계약을 체결했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LG의 행보에 KBO도 당황하는 눈치다. KBO 관계자는 “KBO에 오지환의 계약서가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면서도 “오지환 사례와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