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 없어도 ‘특급 준척’ 수두룩… ‘쩐의 전쟁’ 막 올랐다

프로야구 FA 선수 19명 공시

정상급 불펜 함덕주·김재윤·홍건희
타자 양석환·전준우·안치홍 시장에
구자욱·박세웅 등은 팀과 장기 계약

‘LG와 다년계약’ 오지환도 나와
구단 2차드래프트 보호선수 아껴
일각에선 “제도 흐린 꼼수” 지적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막을 올렸다. 매력적인 카드들은 대부분 이미 장기계약으로 묶여 있지만 10개 구단은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구단에 맞는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KBO가 지난 18일 공시한 FA 신청 선수는 모두 19명으로 이들은 19일부터 모든 구단과 협상이 가능하다. 자격을 갖춘 선수는 모두 34명이었지만 팀과 장기계약을 맺은 선수와 권리 행사를 미룬 선수 등 모두 15명이 FA 신청을 보류했다. 이번 FA 시장에서 삼성 구자욱(30)과 롯데 박세웅(27), SSG 한유섬(34), KIA 김태군(33) 등이 소속 팀과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100억원대 특급 계약을 맺을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하지만 FA는 팀 전력 상승에 가장 확실한 기회인 만큼 10개 구단은 이번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불펜이 약한 팀에서는 이번이 기회다. LG 함덕주(28)와 KT 김재윤(33) 같은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함덕주,김재윤

함덕주는 올 시즌 57경기에서 55.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한 좌완투수다. 지난 시즌 2.1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함덕주는 지난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에 등판해 3.1이닝 1실점으로 LG 우승에 힘을 보탰다. 김재윤은 올 시즌 32세이브를 올리는 등 3년 연속 30세이브를 수확한 특급 마무리로 뒷문이 불안한 팀들은 충분히 군침을 흘릴 만한 자원이다. 올 시즌 22세이브를 거둔 전천후 불펜 두산 홍건희(31)도 눈여겨봐야 한다.

타자 가운데서는 두산 양석환(32)이 눈에 띈다. 양석환은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3년 연속 20홈런을 넘어설 정도의 강한 파워를 가진 내야수다. 올 시즌 양석환은 타율 0.281에 21홈런을 때렸다. 롯데 전준우(37)는 올 시즌 타율 0.312로 변함없이 정교한 능력을 보여 줬고, 롯데 안치홍(33) 역시 매 시즌 세 자릿수 안타를 칠 수 있는 자원이어서 타 팀이 군침을 삼킬 만한 선수다. 김태형 신임 감독을 영입한 롯데는 집토끼 단속에 나서겠다는 자세다.

양석환, 전준우

2021시즌을 마친 뒤 처음 FA 자격을 얻은 LG 서건창(34)은 ‘FA 삼수’를 선택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아쉬웠던 서건창은 올 시즌에도 44경기 110타수 22안타로 부진했다.

하지만 팀과 장기계약을 맺은 LG 오지환(33)은 FA 시장에 나왔다. 지난 시즌 LG는 오지환과 6년 총액 124억원의 다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지환은 구두 협의만 한 상태로 계약서는 KBO에 제출하지 않았고, 오지환이 FA에 나선 덕분에 LG는 22일 시작될 2차 드래프트에서 보호선수 1명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오지환

이는 다년 계약을 맺은 다른 팀과 비교되는 행보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LG가 전략적인 판단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제도를 흐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팀 관계자는 “다년 계약을 맺은 선수를 FA 시장에 내보내는 건 꼼수”라며 “다른 팀은 오지환과 협상의 기회도 갖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지환은 총점 합산 결과 87.5점으로 박찬호(KIA)와 함께 이날 발표된 KBO 수비상 유격수 부문 공동 수상자로 뽑혔다. 수비상은 올 시즌부터 KBO가 최고 수비수를 선정하기 위해 제정했다. 포수는 양의지(두산)가 선정됐고, 1루는 박병호(KT), 2루수 김혜성(키움), 3루수 허경민(두산)이 각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앞서 투수 부문은 에릭 페디(NC), 외야수 부문은 박해민, 홍창기(이상 LG), 기예르모 에레디아(SSG)가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