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마비로 많은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든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가 일단 복구되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정부 인증시스템상의 네트워크 장비 오류로 밝혀졌다. 다만 장비 고장의 구체적 원인과 백업시스템이 미작동한 이유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부처 간 데이터 칸막이를 허무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면 피해 규모가 재앙적일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개된 정부24, 24만여건 민원 처리
행정안전부는 ‘정부24’를 만 하루 넘게 운영한 결과 주민등록발급 등 24만여건의 민원이 정상 처리됐다고 19일 밝혔다. 새올지방행정정보시스템도 지방자치단체와 점검해 보니 양호한 상태였다. 관건은 20일 업무 재개다. 평일 쏟아지는 막대한 데이터를 행정전산망이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느냐가 마지막 고비다.
◆디지털정부 가속화… 재발 방지 절실
네트워크 스위치 장비 고장이 전국적인 행정망 마비로 이어진 데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왜 유사시 대비책이 작동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위치 정도는 단순한 고장”이라며 “위기관리 매뉴얼에 의해서 몇 시간 내 원인을 파악하고 고치도록 돼 있는데 왜 이틀 넘게 걸렸는지, 백업망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지난해 SK C&C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네이버는 백업망을 통해 4시간 만에 복구했으나 카카오는 이 설계가 잘못돼 정상화에 일주일이나 걸렸다”며 “이번에 위기관리시스템, 백업망이 작동하지 않은 원인을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저한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통해 모든 정보자원과 데이터를 하나로 합치는 추세다. 유사 사고가 재발하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24에서 단순 링크만 제공해 개별 사이트에서 다시 로그인해야 하는 서비스가 1500종에 이르는데 2026년에는 이를 모두 행정서비스 통합플랫폼에서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 시스템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관리하고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