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년 후인 내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지구촌이 벌써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1월부터 4년의 임기 동안 '미국 우선주의' 슬로건을 내걸고 국제질서를 뒤흔들며 자국 이익을 위해 동맹을 위협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당하고 재선에 실패한 데다가 각종 범죄 혐의를 받는 것은 물론 2021년 1월 연방의회에서 지지자들의 폭동을 부추겼다는 의혹이 다른 후보에게 제기됐다면 누구든지 치명상을 입었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그렇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여러분의 복수"라며 지지층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당선되면 사법당국을 이용해 자신의 정적을 수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정치 보복을 시사하기도 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진 힐러리 클린턴은 이달 초 미 ABC뉴스 토크쇼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되는 '트럼프 2.0' 시대의 가능성에 국제사회도 우려와 함께 긴장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전 세계에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자국만의 이익을 중시하는 경제·외교 정책을 편 탓이다.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국제질서를 뒷받침해온 미국의 리더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자취를 감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처드 하스 전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외정책을 '미국 우선주의'에서 '동맹 우선주의'로 바꿨다고 평가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면 이를 되돌릴 것으로 전망했다.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등 바이든 행정부가 맺은 안보 협정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에 생명과 재산을 할애하는 것은 나쁜 거래라고 판단한다"면서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발을 뺄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몰도바 등 옛 소비에트연방 일원을 공격할 동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시 동맹국 편에 서지 않는다는 계산이 서면 핵무기를 보유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식 '보호주의 본능'도 다시 꿈틀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재선에 성공하면 모든 수입품에 지금보다 3배 이상 높은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참모들과 논의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중국이 미국과의 불공정 무역으로 막대한 이득을 거두고 있다며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떨어뜨렸는데 그 대상을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으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그는 재임 기간 동맹국들도 미국에 불리한 불공정 교역을 한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역대 최악의 협정"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밖에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바이든 현 행정부의 의제도 다시 쓰레기통에 처넣을 것으로 텔레그래프는 관측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권력에 대한 그의 파괴적인 본능을 확인시켜줄 것"이라며 "2024년 세계의 운명은 미국 유권자들의 투표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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