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방송공사(BBC) 소속 기자가 성폭행으로 추방될 난민을 변호한 것으로 나타나 BBC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 더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메리 하퍼(여·58) BBC 아프리카 기자는 소말리아 출신 영국 난민 야쿱 아흐메드(남·33)의 성범죄 혐의 재판에서 전문 증인으로 선임돼 서면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퍼는 보고서에서 판사에게 “그가 소말리아로 송환되면 소말리아 보안군이 그를 영국 스파이라 주장할 수 있고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는 강경 이슬람 테러단체 알샤바브에 의해 처벌을 받을 것”이라 말했다.
현지 매체는 “그녀의 이러한 법적 지원은 ‘자신을 추방하는 것은 유럽인권협약에 위배된다’는 아흐메드의 항소를 뒷받침하려 한 것”이라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하퍼가 영국 법률구조 지원 사건에서 증인으로 지정될 시 2500파운드(한화 402만원)를 받을 수 있는 점, 증인신문으로 직접 출석 시 일일 800파운드(128만원)를 받을 수 있다”며 아흐메드에 대한 하퍼의 법적 지원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2003년 소말리아에서 영국으로 입국한 난민 아흐메드는 2007년 세 명의 친구와 영국 런던 레스터 스퀘어에서 16세 소녀 한나(가명)를 집단 성폭행했다.
당시 아흐메드 일행은 DNA 증거가 발견됐음에도 성폭행 사실을 부인해 재판부는 재판 끝에 각각 9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영국 내무부는 수감 4년 후이던 2018년 복역 중이던 아흐메드를 출소시키는 대신 추방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당해 10월 소말리아행 비행기에서 탑승 도중 난동을 부린 아흐메드를 강제추방 난민이라 오해한 승객들의 항의로 이민자 수용소에 수감됐다.
내무부는 아흐메드에 대한 추방을 재차 추진했으나 그의 항소로 5년 만인 올해 8월 소말리아로 추방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흐메드의 체류 및 수감, 법률 지원 비용에 약 30만 파운드(4억8300만원)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흐메드 일당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본 한나는 그의 추방 무산 이후 정신적 충격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신변 보호를 위해 이민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했다.
그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법률 시스템이 매우 공평하다고 말하진 않겠으나 이것에 관해선 그 어떠한 것도 공평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프리티 파텔 전 영국 내무장관은 이 사건에 대해 “어째서 BBC 기자가 이런 사건에서 법적 지원을 하는 것이 허용됐는지 심각하게 질문해야 한다”고 BBC를 비판했다.
나이젤 밀스 영국 하원의원도 “집단 성폭행범은 국내에 있을 권리가 없음에도 그의 변호를 위해 막대한 금액이 지출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BBC는 “관련 지침에 직원이 법적 사건에서 증인으로 행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