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수십 개를 설립한 뒤 속칭 ‘대포통장’을 무더기로 개설해 팔아넘긴 일당과 이 대포통장과 허위 ‘투자리딩방’을 이용해 투자금 수십억원을 가로챈 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대포통장 유통 총책 A(30대)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허위 법인 설립에 가담한 공범 20여명을 업무방해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모두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가상 자산 투자사기 총책 B(30대)씨 등 4명도 함께 구속했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2021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2년6개월여간 허위 법인 65개를 설립하면서 계좌 100여개를 개설해 사기 범죄조직에 팔아 60억원의 부당 이익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명의를 빌려주면 매월 300만원을 주겠다’며 지인 등을 모집해 허위 법인을 설립하고 해당 법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개설해 투자사기 조직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범죄 조직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거래한 대포통장 금액은 총 2600여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유령 법인 설립에 가담한 명의 대여자들이 받은 범죄수익금 11억원에 대해 기소전 추징보전하고 이들이 사용한 고급 외제차와 오피스텔 보증금 등에 몰수보전할 계획이다.
이들로부터 대포통장을 건네받아 투자 사기에 이용한 일당 4명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1년7개월여간 허위의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트를 개설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투자를 유인해 54명으로부터 2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투자 시 원금을 100% 보장해 주겠다’고 홍보하고 유명 경제학자를 사칭하거나 가짜 수익률 그래프 등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익금을 인출하려 하면 높은 비율의 환불 수수료 등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가 하면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전주지역 오피스텔 등을 3개월마다 옮겨 다니며 사무실과 콜센터 등으로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사기행각에 말려든 60대 피해자는 퇴직연금 5억5000만원을 투자했다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에 접수된 피해 신고의 중대성을 고려해 지방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통해 지난 1년여 간의 추적 끝에 대포통장 유통 조직과 투자사기 일당을 일망타진하게 됐다”며 “이들이 범죄에 이용한 대포통장 거래액이 170억원으로 확인된 만큼 투자 피해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