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카오·은행·통신 등 전방위 조사… 기업 위축 우려 [물가 잡기 '구태']

尹대통령 한마디에 ‘일사불란’

카카오 부당 가맹계약·기술 탈취 혐의
이미 조사 마친 ‘콜 차단’ 등도 살펴봐
은행권 금리·수수료 짬짜미 직권 조사
통신·유통업계 등 담합 등도 들여다봐

전문가 “예측불가능 행정 신뢰 못받아”
공정위 “이전부터 조사… 외압은 없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카모)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미 조사를 마친 ‘콜 차단’ 제재에다 부당 가맹계약, 기술탈취 혐의 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뿐만 아니다. 공정위는 금융권과 통신 3사, 편의점 업계, 사교육 분야에서도 조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 조사의 출발점은 대통령의 ‘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카카오에 대해 “부도덕한 기업”이라고 낙인찍었고, 앞서 금융권과 통신사에 대해서도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판이 있었던 만큼 공정위는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내놔야 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은행권 이자부담 낮춰야”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8대 금융지주 회장단 간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이복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세 번째)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은행권은 연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남정탁 기자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한 발언에 대해 “사실상 조사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금융권과 통신사의 담합은 공정위 내부에서도 “조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尹 “카카오택시 부도덕해”…공정위, 조사

 

20일 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의 가맹거래조사팀, 서비스업감시과 등 여러 부서는 카모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민생 타운홀 미팅’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직격한 이후 공정위의 카카오에 대한 칼날이 한층 더 날카로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권력기관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직접 거론할 경우 공정위가 조사할 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는 현재 카카오와 관련해 다수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대구로택시’ 이중 수수료 문제로 대구시가 제소한 카모의 부당 가맹계약 혐의, 카모가 화물 운송 중개 스타트업 ‘화물맨’의 기술을 탈취했는지 등이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다. 아울러 이미 조사가 끝나고 동의 의결 신청을 검토 중인 카모의 ‘콜차단’ 건도 있다. 공정위의 이러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지난 15일 열린 경영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카오가 정부에 협조를 안 한 기업도 아닌데 이렇게 돼버리니 우리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플랫폼 시장 규제와 관련해서도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이다 보니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교육 등…尹 언급 업종 모두 조사

 

공정위는 은행 업계에 대한 직권조사도 벌이고 있다. 카르텔조사국은 지난 2월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이 대출 금리나 수수료를 짜고 정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종노릇’, ‘갑질’이라고 질타하며 은행 업계에 대한 조사도 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이미 업계에 팽배하다.

 

이러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은행들은 하나, 둘 ‘상생금융’을 들고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우리은행 등 각 계열사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청년 등 상생금융 현장에서 직접 청취한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조만간 발표할 상생금융 패키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소비자 요금 부담 경감’을 지시한 이동통신사와 보험, 증권사에 대해서도 각각 단말기 지원금, 보험금 등을 담합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편의점 CU·GS25(GS리테일)·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미니스톱·이마트24 등 유통업계 조사에도 나서 유통구조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원가가 내려도 값비싼 가격이 유지되는 제품이 줄어들지 않자, 최근 생활에 밀접한 주요 식품 가격 추이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업체가 일제히 가격을 올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의 ‘킬러 문항’ 언급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사교육 문제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앞서 공정위는 시대인재, 메가스터디 등 대형 입시학원과 입시 교재 출판사들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뉴시스

◆“정부 일관성 없는 개입…기업에 악영향”

 

이처럼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경쟁당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는데 대통령 한마디에 이렇게 갑자기 바뀌면 일관성이나 신뢰성 측면에서 안 좋다”며 “정부의 예측불가능한 태도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국내 시장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간단히 기업을 부도덕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본질은 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카카오, 은행, 통신사 3가지 업종의 공통점이 뭐냐면 외국 기업의 진출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며 “가령 카모의 수수료는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건데 경쟁 참여자가 적어 독점이 이뤄지고 수수료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카모의 ‘콜차단’ 건이나 ‘대구로택시’ 등 대부분은 대통령이 언급하기 이전부터 조사가 진행 중이던 사안”이라며 “공정 경쟁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는 본분을 다하는 것뿐 외압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