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극우 돌풍’ 네덜란드서도 재현되나

反이민정책 주장하는 자유당
막판 여론조사 공동 1위 기록
22일 총선… 연정 참여 가능성

22일(현지시간) 총선을 치르는 네덜란드에서도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의 약진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유럽 각지에 몰아친 ‘극우 돌풍’이 남미로 확산한 데 이어 여전히 본토에서도 세를 불리는 모습이다.

네덜란드 총선을 앞두고 의회 근처에 선거 광고가 늘어서 있다. 헤이그 AP 연합뉴스

네덜란드 여론조사기관 페일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지 유권자 7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극우 성향의 자유당은 전체 하원 의석 150석 중 26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 현 중도우파 집권당 자유민주당과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자유당이 줄곧 4위권에 그쳤던 점을 고려했을 때 대약진이라는 평가다.

자유당 헤이르트 빌더르스(60) 대표는 강경한 반무슬림 정책을 고수해온 중진 하원의원이다. 선거 캠페인에서 ‘쿠란·모스크 금지령’까지 주장했는데, 이러한 강경책이 지지율을 끌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덜란드의 정치 지형이 다당제라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한 만큼 자유당의 첫 연정 참여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의 대표 딜란 예실괴즈 제게리우스(46) 법무안전부 장관도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연정 파트너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자유당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네덜란드가 유럽의 대표 부국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비결로 친(親)이민 정책과 높은 개방성이 꼽혀왔으나, 극심한 주거난 및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망명 신청자 급증 등을 겪으며 네덜란드에서도 반이민 정서가 고조된 지 오래다. 이번 총선도 13년간 재임해온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 마르크 뤼터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지난 7월 연정이 붕괴하며 조기에 치러지게 됐다.

뤼터 총리가 정계 은퇴를 선언해 이번 총선으로 네덜란드 정부 수장도 13년 만에 교체된다. 통상 총선 1위를 차지한 정당 대표가 총리 후보자로 추천돼 튀르키예 쿠르드계 난민 출신의 제게리우스 장관이 현지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현 정부보다 강경한 이민 정책을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