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쟁력 높은 원전 예산 대폭 자른 巨野, 국가 미래 안 보이나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 좌석이 텅 비어 있다. 2023.11.20. scchoo@newsis.com

국회에서 그제 열린 산자중기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내년도 원전 관련 예산 1820억원을 삭감해 의결했다. 원자력 생태계 지원 예산, 원전 해외 수출 기반 구축 예산, 원전 수출 보증 예산 등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개발 예산도 줄였다. 반면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대폭 증액해 3900억원을 통과시켰다. 문 정부 때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지원 예산도 294억원으로 127억원 증액해 의결했다.

민주당이 원전 예산을 대폭 줄인 것은 168석 다수당의 횡포가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 국회의 예산 심사권을 넘어 정부의 편성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SMR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은 무책임 그 자체다. SMR은 발전량이 메가와트(㎿)급 이하인 소형 원전으로 대형 원전보다 안정성과 경제성이 뛰어나다. 미국과 프랑스 등도 SMR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SMR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이기도 하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국익에 도움이 되더라도 무조건 발목을 잡으려는 민주당의 전횡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 증액도 태양광 마피아를 그대로 두겠다는 것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분야’ 감사 결과 역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유엔에 제출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를 달성하기 위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 정부가 이전 감축목표 26.3%에서 느닷없이 40%로 올린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온실가스 40% 감축은 산업생산 시스템의 일부를 멈춰 세우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목표라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문 정부는 관련 부처에 이행 추진을 지시했다. 얼마 전 신재생에너지 추진 실태 감사 결과 한전이 2030년까지 전기요금이 40% 오를 것을 알면서도 10.9%만 오를 것이라는 비현실적 전망을 내놓게 한 것과 다를 게 없다.

국가 에너지정책은 백년대계라고들 한다. 국제적 흐름과 같이는 못 가더라도 거꾸로 가선 안 될 일이다. 더구나 원전은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미래 먹거리 산업이 아닌가. 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에서 통과시켰지만 국회 예결위와 본회의 심사 과정에서 바로잡혀야 한다.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만 보지 말고 국가의 큰 미래를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