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축 재정 기조에 반대하며 대부분 예산안 증액을 요구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유독 윤석열정부 예산안에 한해서는 감액 기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던 소형모듈원자로(SMR) 예산마저 삭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에너지 안보·자립 문제가 대두한 상황에서 여당과 토론 없이 삭감에 나선 셈이다. 여당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광기’에 사로잡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횡포를 부리며 예산안을 민주당 예산안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까지 17개 상임위 중 11개 상임위가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쳤다. 이 중 절반에 이르는 행정안전위원회,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6개 상임위에서 민주당은 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대폭 증액했다.
민주당이 의회 논의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원전은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루기까지 폭증하는 전력 소요량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탈탄소 에너지원이다. 민주당이 “실효성이 없다”고 혹평한 청년 지원 사업도 대상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청년도전지원 사업은 실집행률이 45.9%에 머물고 목표 인원 대비 지원율도 30%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2021년 예산액 64억6000만원보다 407억8000만원으로 증가했고, 실집행액은 약 38억원에서 187억원으로 증가했다. ‘일경험프로그램’의 경우 예산이 집중된 인턴형 프로그램보다 예산이 덜 소요되는 기업탐방형·프로젝트형 사업에 인원이 몰린 탓에 예산 실집행률이 26.1%에 머물렀다. 전액 삭감보다는 사업 대상을 조정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야당 단독으로 열린 정무위 예산심사 소위에서는 순직군경자녀 지원 사업(히어로즈패밀리 프로그램) 예산 6억17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순직 군인·경찰·소방관 자녀가 눈엣가시냐”라고 반발하자 민주당 정무위원들은 설명자료를 통해 “해당 주니어 단복 제작사업, 소수 인원의 해외 탐방 사업, 스포츠 관람 지원사업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각종 수당 예산은 크게 증액했다”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나눠먹기식 비효율을 제거하고 글로벌 수준으로 탈바꿈하고자 단행한 R&D 예산 구조조정을 민주당은 과거로 되돌려놨다”고 비판했다. 청년 예산에 대해서도 “문재인정부 청년내일채움공제 증액 요구가 막히니 윤석열정부 청년 취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