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원대 편취한 전화금융사기범, 필리핀서 ‘자해난동’ 끝에 국내 송환 [사사건건]

필리핀 이민청 수용소에 수감 중이던 전화금융사기 조직 총책 A씨가 현지에서 송환을 거부하며 자해 소동을 벌였으나 경찰청의 빠른 대처로 무사히 국내 송환됐다.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실은 22일(현지시간) 새벽 A씨가 국내 송환됐다는 소식을 알리며 “피의자가 필리핀에서 자해 난동을 벌이며 송환에 강렬하게 저항했는데, 현지 상황 관리 및 호송을 위한 지원 인력을 추가 파견해 사태를 수습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필리핀 이민청 수용소에서 국내 강제송환을 앞둔 전화금융사기 조직 총책 A씨가 자해한 뒤 경찰 관계자 등에게 체포되고 있다. 경찰청 제공

A씨는 2016년 6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필리핀 바기오를 거점으로 전화금융사기 범죄단체를 조직한 후, 검찰·금융기관을 사칭해 피해자 91명으로부터 총 11억4207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리핀 당국과 A씨에 대한 강제송환을 협의한 경찰청은 최근 필리핀 측으로부터 강제추방 승인결정을 통보받고, 지난 21일 오전 호송관 2명을 파견해 A씨의 송환을 추진했다.

 

송환을 앞두고 있던 피의자는 별안간 수용소 관리실 사무실 유리창을 주먹으로 깨서 스스로 상해를 입었다. 갑작스러운 자해 소동에 필리핀 경찰주재관은 추가 호송관 파견을 긴급 요청했다. 경찰청은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실 경찰관 1명과 수배관서인 충남청 경찰관 2명을 추가로 보냈다.

 

이후 필리핀 당국이 A씨에 대한 정신감정 필요성 등을 이유로 국내 송환이 어렵다고 번복하기도 했으나 피의자가 국내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혐의의 중대성을 강조해 필리핀 당국을 설득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해 “필리핀 현지에서 본인에 대한 허위사건을 접수시켜 송환을 계류시키기도 했다”며 “허위사건을 만들면 현지에서 처리가 끝날 때까지 송환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조차 마무리되고 새로운 사건을 접수시키려 하던 중 경찰청 송환팀이 급습하자 자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A씨는 자해한 날 빠르게 봉합 수술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