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아기 14분간 이불·쿠션으로 압박해 숨지게 한 어린이집 원장, 2심서 감형 ‘징역 18년’

검찰은 징역 30년 구형, 베트남 출신 母는 ‘무기징역’ 선고해 달라 호소
지난해 11월10일 어린이집에서 질식사 한 생후 9개월 천동민 군의 영정사진. 뉴시스

 

잠을 자지 않는단 이유로 생후 9개월 남자 아기를 압박해 질식사 하게 한 어린이집 원장이 2심에서 감형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수원고법 형사3-3부(고법판사 허양윤·원익선·김동규)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66)씨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앞서 A씨는 1심에서 징역 19년을 선고받았는데 1년 감형받은 것이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A씨에게 징역 

 

A씨는 지난해 11월10일 생후 9개월 된 피해아동 천동민 군이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엎드린 자세로 눕히고 머리까지 이불을 덮어 쿠션을 올린 뒤 그 위에 엎드려 약 14분 간 압박해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같은 달 3일부터 10일까지 천군을 엎드려 눕힌 뒤 머리까지 이불을 덮거나, 장시간 유아용 식탁의자에 앉혀두는 등 25차례에 걸쳐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는다. 

 

또한 같은 기간 2세 아동과 생후 10개월 아동 등 다른 아동 2명의 머리를 때리거나 몸을 밀쳐 넘어지게 하는 등 15차례에 걸쳐 신체적 학대 가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살해의 고의는 없다’고 판단하고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인정해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아동을 재우기 위해 아동의 몸을 상당한 시간 누르는 등 강한 위력을 행사했고, 아이의 움직임이 멈춘 뒤에도 7분가량 자세를 유지하며 몸 위에 엎드려 있었다”면서도 “범행 동기가 아동을 재우려고 한 것이며, 방석 등을 통해 아이에게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려 한 점, 아이가 숨을 쉬지 않자 119 신고하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은 바 검찰의 증거 만으로 피고인에게 아이를 죽여야겠다는 확정적 고의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후 A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검사 측은 아동살해죄가 인정되지 않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생후 9개월 된 원아를 엎드려 눕혀 이불로 덮은 뒤 14분간 몸으로 눌러 질식해 숨지게 한 60대 어린이집 원장이 지난 4월20일 1심에서 징역 19년형을 선고받은 직후 피해 아동인 천동민 군 어머니인 보티 늉씨(오른 쪽 검은 옷)가 주저 앉아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에게 아동학대살해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된다고 봤다.

 

다만 A씨가 아이에게 신체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아동학대) 일부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신체 학대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은 입과 코가 베개에 파묻힌 엎드린 자세에서 체중을 실어 압박하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재우려다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서 “피해아동들은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가눌 줄 모르는 영아라 더욱 보호받아야 함에도 지속적 학대 당했고, 피고인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무감각하게 아이들을 함부로 대해 왔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심에서까지 피고인은 사망한 피해아동의 부모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이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점, 일부 피해아동 보호자와 합의해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점, 아동학대 혐의 일부가 무죄로 판단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앞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베트남 출신 피해 아동 어머니 보티 늉씨는 “아이가 죽어가며 우는 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돌고 있다. 우리 아이를 학대로 죽음으로 내몬 사람에게 제발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