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이주 배경 청소년은 흙 속의 진주다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는 허세뿐인 3류 뮤지컬 작곡가 ‘유일한’(김래원 분)이 초대형 뮤지컬의 아역 주연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다문화가정의 소년 출전자 ‘영광’(지대한 분)과 함께 편견과 시련을 딛고 우승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의 배경도시도, 필리핀계 혼혈인 ‘영광’을 연기한 주연 지대한의 실제 거주지도 바로 안산이다. 안산에는 많은 이민자가 살고 있고, 피부색이 다른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일반 학교에서 함께 어울리며 살아간다. 이들이 학교 밖에서도 이해와 수용을 기반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서광석 인하대 교수·이민정책학

통계청이 외국인 관련 자료를 산출하기 시작했던 1990년 당시 국내 체류 이민자는 5만명이 채 안 됐고 국제결혼은 총결혼 건수의 1.2%에 불과했다. 국제결혼가정은 2008년 3만8000여건(총 결혼의 14.1%)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감소하고 있으나 팬데믹 이후 국제 이동 자체가 줄어들면서 2021년에는 1만4000여건(총결혼의 7.3%)으로 대폭 감소했다. 그러나 결혼이민자 가정 출생아는 2012년부터 매년 소폭 감소하고 있으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4.5%)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는 100명 중 6명이 이주 배경 가정의 출생아였다. 이주 배경 가정에서 출생한 자녀와 외국 출생 중도 입국한 자녀는 30만명을 넘어서서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가운데 1명을 차지하고 있다. 과연 이들이 일반 가정의 자녀들과 비교해 편견과 차별을 받지 않으며 학교에 다니고 취업 및 결혼 등 사회활동을 하고 사회에 적응하며 정착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들은 가족 구성원 간 소통 문제,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 부족 등으로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결혼이민여성들이 출산한 자녀들은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한 채 학교로 보내진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차별과 편견의 늪 속에서 학업 부진 및 포기로 이어진다. 집에서는 부모의 문화적 차이, 언어 차이로 가족 간 의사소통이 어렵고, 학교에서는 학습 부진과 다른 외모로 또래들에게 따돌림과 차별에 노출된다. 결국 우리 사회의 공동체 구성 일원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겉돌게 되는 것이다.

이주 배경 자녀 문제를 다문화가정 스스로 풀어야 할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주류사회의 편견과 차별인식의 전환을 통해 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수용해야 한다. 우리 이웃이자 친구인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실태 파악 및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 문제를 선제적·장기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향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있다면 이주 배경 자녀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지구촌 무한 경쟁 사회에서 흙 속의 진주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이미 다민족·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 국적, 피부색 등으로 주류사회로부터 차별하지 말아야 하며 이들이 가진 이중 언어·문화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