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복싱 챔피언’ 故 최요삼 선수 글러브 등 유품 전북체육회 기증

2007년 12월 세계복싱기구(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 나선 최요삼 선수는 마지막 12라운드 종료 직전 링 위에 쓰러졌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도전자 헤리 아몰을 상대로 마지막 라운드까지 매섭게 밀어붙였으나, 경기 종료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상대의 오른손 훅이 그의 얼굴에 적중했기 때문이다.

 

최 선수는 심판의 카운트가 끝나기 전에 천근 같은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세워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그는 경기 직후 뇌출혈로 쓰러져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된 지 8일 만에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각막과 신장, 심장 등 장기를 기증해 사경을 헤매던 6명에게 새 삶을 안겨주고 35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WBC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 고 최요삼 선수의 동생인 최경호(서울 Y3복싱클럽 관장)씨가 22일 전북도체육회관을 찾아 형의 복싱 유물을 기증한 뒤 기증증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전북도체육회 제공

이후 그의 짧은 복싱 인생 속 모든 것을 베풀고 떠난 최요삼 선수를 추모하는 복싱대회가 열었고 그는 챔피언 타이틀과 함께 WBC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가수 리쌍은 고인을 기리는 추모곡을 내기도 했다.

 

‘영원한 복싱 챔피언’ 고 최요삼 선수와 함께 한 소중한 복싱 체육 유품이 전북도체육회에 안치됐다.

 

최요삼 선수의 친동생인 최경호(서울 Y3복싱클럽 관장)씨는 22일 전북도체육회관을 찾아 체육 역사기념관 조성에 힘을 보태겠다며 형이 살아생전 사용했던 권투 글러브와 신발, 훈련 일지를 기증했다. 기증품에는 라이트 플라이급 동양태평양챔피언 트로피와 최요삼 선수가 링 위를 누비며 주먹을 날리는 등 맹활약한 복싱 경기 사진 등도 포함됐다.

 

최요삼 선수는 전북 정읍시가 고향으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권투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처음 올랐다. 이어 20세 때 프로 권투선수로 데뷔한 이후 13연승의 기록을 세웠다. 1994년에는 라이트 플라이급 신인상을 받았고 1994년과 1999년에는 각각 동양 챔피언과 WBC 세계 챔피언에 우뚝 섰다.

 

최씨는 “지난달 정읍시 이달의 역사 인물로 형이 선정된 것을 계기로 전북체육회가 체육역사기념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신준섭(복싱), 임미경(핸드볼)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잇단 기증 소식에 고향에 체육 유물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22일 전북도체육회에 기증된 고 최요삼 선수의 경기 사진. 2007년 16일 오후 서울 자양동 광진구민 체육회관 특설링에서 벌어진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 타이틀매치에서 최요삼(오른쪽) 선수가 태국의 짠다엥 떼르드끼앗 선수에게 강력한 라이트훅을 날리고 있다. 이 경기에서 최요삼 선수는 3-0 판정승으로 대륙간 챔피언에 등극했다.

전북도체육회는 최씨의 요청에 따라 별도의 기증식을 거행하지 않고 역사적 가치가 높은 체육 유물을 전해 준 그에게 감사와 함께 기증 증서를 전달했다.

 

한편, 전북도체육회는 ‘체육 강도’의 옛 명성을 되찾고 체육인들의 긍지를 드높이기 위해 ‘전북체육역사기념관’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올림픽 영웅과 원로 체육인, 전·현직 프로 선수 등의 체육 소장품을 기증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1850여점이 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