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흘 휴전·인질 석방 합의, 이·하마스 전쟁 종식 논의 계기로

이스라엘이 2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약 240명 가운데 50명의 석방을 조건으로 나흘간의 휴전에 합의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각료회의에서 과반 찬성으로 카타르와 미국 등이 중재해 온 인질 석방 및 휴전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46일 만이다. 일시적으로나마 휴전이 이뤄지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환영할 일이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하마스는 약 50명의 어린이와 여성 등을 휴전 나흘간 하루 10여명씩 단계적으로 풀어주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인질 10명이 추가 석방될 때마다 휴전 기간을 1일씩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휴전 기간은 나흘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동 수감자 150명을 풀어주고 가자지구에 연료와 의료품 등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인질 교환의 원활한 진행으로 휴전 기간이 계속 늘어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전쟁으로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다수 발생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지난 21일까지 가자지구 내 누적 사망자 수는 1만4000명을 넘었다. 이 가운데 5800여명이 어린이이고 3900여명은 여성이다. 피란민이 대거 이동한 가자지구 남부는 이미 구호시설의 수용 능력을 넘었으며, 전염병 창궐 등 보건 위험이 심각하다고 한다.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들이 급증하면서 전 세계 100여개 국가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으나 이스라엘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일시 교전중단이라는 첫 외교적 성과로 새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전면적인 휴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의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그럴수록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이번 합의의 중재자인 미국과 카타르의 외교적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세계 안보와 경제에 큰 위협이다. 중동으로 확전되면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일시 휴전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완화하고 전쟁 종식을 논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죄없는 민간인이 희생되는 전쟁만은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