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도 ‘극우 돌풍’… 조기 총선서 자유당 ‘압도적 1위’

反이민·反이슬람 정책 등 내세워
개표 결과 하원 150중 37석 차지
빌더르스 대표 “망명 쓰나미 종식”
총리 선출·연정 구성은 난항 예상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강경한 반(反)이민주의·반이슬람을 내세운 극우 정당이 1위를 차지해 유럽에 부는 극우 정당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온건 정당과의 연정 구성이 불가피해 네덜란드에서 극우 총리가 탄생할지는 미지수다. 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국영방송사 NOS에 따르면 개표가 99.2% 진행된 가운데 극우 자유당(PVV)이 하원 150석 중 37석을 차지했다. 자유당 의석은 직전 총선인 2021년의 17석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출구조사 직후 자유당의 승리가 예상되자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유권자들은 (기존 이민정책이)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며 “이제 ‘망명 쓰나미’를 종식하겠다. 네덜란드를 네덜란드인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정당들이) 자유당을 더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극우정당 자유당(PVV)의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60·가운데)가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1위가 확실시되자 당 관계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웃고 있다. 스헤베닝언=AFP연합뉴스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은 네덜란드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실시, 망명 신청자 수용 전면 중단 등 이민 문턱 강화를 내세웠다. 네덜란드의 ‘탈이슬람화’를 주장하며 이슬람 사원 건설 금지, 정부 건물 내 이슬람 머리 스카프 착용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극우 포퓰리스트라는 평가를 받으며 ‘네덜란드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만 자유당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향후 총리 선출과 연립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수 지지를 확보할지는 불투명하다. 자유당은 이전 선거에서도 2, 3위를 차지했지만, 정부 구성에서는 배제됐다.

 

25석으로 2위를 차지한 녹색좌파·노동당 연합(GL·PvdA)은 자유당이 포함된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합을 이끄는 프란스 티머만스 대표는 전 EU 집행위원이다.

 

24석으로 3위를 기록한 현직 마크 뤼테 총리의 자유민주국민당(VVD)은 자유당과 연정 가능성에는 열려 있지만 빌더르스를 총리로 지지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20석으로 4위에 오른 중도우파 신생 정당 신사회계약당(NSC)도 자유당과의 연정을 거부했다.

 

이번 선거는 자유민주국민당 연립정부가 난민 유입 제한 정책을 둘러싼 연정 내 논란으로 지난 7월 무너지면서 열렸다.

 

지난해 10월 당선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필두로 최근 유럽 주요국 선거에서 극우 정당 승리가 잇따르고 있다. 극우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이날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자유당에 축하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