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권력 남용"… 고속열차 세운 伊 장관 비난 세례

연착으로 행사장 도착 늦어지자 임시 정차 요청

이탈리아 한 장관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고속열차를 예정에 없던 곳에 세우게 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받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일 파토 쿼티디아노’를 인용한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이탈리아 농업부 장관은 최근 남부 나폴리 외곽 카이바노의 도심 공원 개장식 참석차 고속열차를 탔다. 그날따라 열차 연착이 반복돼 로마에 도착했을 때는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 지연된 상태였다. 남쪽으로 향하는 철길에 문제가 생겨 도착 예정시각은 더욱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고속열차를 예정에 없던 역에 세워 논란이 일고 있는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이탈리아 농업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농업·수산업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브뤼셀=EPA연합뉴스

개장식에 늦을 것을 우려한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국영 철도 운영사인 트렌이탈리아에 전화를 걸어 로마 인근 참피노에 임시 정차를 요청했다. 그곳에서 내린 롤로브리지다 장관과 수행원들은 준비된 관용차량을 타고 카이바노로 향했다.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이에 대해 “여러 역 가운데 한 곳에 내려줄 수 있는지 물었고 열차는 참피노에 정차했다. 거기서 다른 사람들도 기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렌이탈리아 측은 “정부 요인들이 기관 간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참피노역에서 정차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야권은 강하게 비난했다. ‘비바 이탈리아’를 이끄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전례 없는 권력 남용”이라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도 좌파 민주당의 안드레아 카수 의원은 이 사건이 “정당화할 수 없는 오만한” 행동이라며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이탈리아 열차를 고급 개인차량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