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 발행 학술지, ‘가자지구 대량 학살’ 에세이 거부 논란

‘팔’ 학생 작성 논문 게재 취소

하버드 로스쿨에서 발행하는 학술지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량 학살’을 자행했다고 고발하는 논문 게재를 거부해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고 미국 비영리언론 인터셉트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로스쿨 학생회가 운영하는 ‘하버드 로 리뷰’는 박사 과정의 팔레스타인 학생 라베라 에그바리아가 작성한 에세이가 사실 확인 과정을 통과해 1차 승인을 받았음에도 게재를 취소했다. 이 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유엔협약이 정의하는 대량학살에 해당하며,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팔레스타인인 약 70만명이 추방당한 ‘나크바’를 법적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하버드 대학교. AFP연합뉴스

100여명의 편집자들은 긴급 회의를 소집해 해당 글을 공개했을 경우 편집자들이 ‘좌표찍기’ 등의 표적이 돼 개인 신상이 공개되는 등 경력에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고, 해당 에세이를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5명의 편집자는 “이런 식의 게재 거부는 전례가 없다”며 “저널의 운영진이 개입해 출판을 중단했고, 팔레스타인인이 한 명도 없는 편집자 단체는 그 결정을 유지하기로 투표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하버드 로스쿨 학생들이 졸업 후 정치계, 유명 로펌 등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경력에 흠이 생기는 데 대한 우려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곳 편집장을 지냈다.

하버드 로 리뷰 측은 저자인 에그바리아에게 게재 취소 결정이 “글의 실질적인 측면보다는 이 기사에 불쾌감을 느낄 편집자, 학술지 경영진에 대한 대중의 괴롭힘 또는 협박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가브리아는 편집자들에게 이 결정이 노골적인 검열에 해당한다고 불만을 제기했고, 결국 이 에세이는 미국 주간지 ‘더 네이션’에 “하버드 로 리뷰가 이 글의 게재를 거부했다”는 제목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