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빠른 진화냐, 속도 조절이냐 … 뜨거운 논쟁 촉발

오픈AI 올트먼 축출 소동

NYT “자본주의팀이 승리” 평가
상업적 이익 가져올 혁신 도구로
개발 속도 내려는 세력이 주도권
새 이사회 경영독주 거부권 약화
최대 투자자인 MS 입김 커질 듯
WP “올트먼 개인 성향 사태 핵심”

샘 올트먼(사진)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거취를 둘러싼 닷새간의 소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아버지’ 올트먼의 공고한 아성을 확인시켜줬다. 아울러 AI의 빠른 진화냐, 속도 조절이냐를 놓고 논쟁이 가열되는 계기가 됐다.

올트먼의 오픈AI 복귀 소식이 전해진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자본주의 팀이 승리하고 리바이어던 팀이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EPA연합뉴스

AI를 증기기관이나 전기, 개인용 컴퓨터처럼 새로운 번영과 막대한 상업적 이익을 가져올 혁신 도구로 보고 개발에 속도를 내려는 세력이 주도권을 잡게 됐다는 뜻이다.

 

리바이어던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를 피하기 위해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 권력’을 뜻하는 말로, AI가 인류를 지배하는 세상을 막으려면 극도로 신중하게 억제·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NYT는 리바이어던 팀이라고 칭했다.



올트먼 복귀 합의 후 오픈AI는 브렛 테일러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애덤 디앤젤로 쿼라 CEO 세 명으로 임시 이사회를 구성했다. 테일러는 지난해 트위터 이사회 의장 시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트위터를 매각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고, 서머스는 기술 변화가 결국은 사회에 선(善)을 가져온다고 여기는 경제학자다. 여기에 오픈AI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입김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올트먼 축출을 주도했던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수석과학자, 헬렌 토너 조지타운대 보안·신흥기술센터 전략담당이사, 타샤 맥컬리 랜드연구소 수석과학자는 이사회에서 쫓겨났다. AI가 인간의 통제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를 가졌던 이들 3명은 AI 기술을 경외감뿐 아니라 두려움 섞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인사들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 데브데이’ 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픈AI는 2015년 비영리 단체로 출범할 당시 ‘안전한 AI의 개발’을 신조로 경영 독주에 제동을 걸 지배구조를 구축했으나, 이제 새 이사회는 거부권을 가지지 못한 채 경영진 및 투자자들의 선호에 맞추게 될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오픈AI 일부 연구원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AI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경고 서한을 이사회에 보낸 것이 올트먼 해임 사태를 촉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큐스타(Q*)’라고 불리는 AI에 진전이 이뤄짐에 따라 인간의 명령 또는 도움 없이 스스로 사고하고 학습하는 범용 AI(AGI) 개발의 돌파구를 열었다는 평가가 내부적으로 나왔고, 이를 우려한 이사진이 개발 속도를 늦추기 위해 해임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오픈AI는 AGI를 인간보다 똑똑한 AI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조직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올트먼의 성향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트먼이 2014년부터 회장으로 재직하던 스타트업 발굴·지원 회사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에서 2019년 이런 이유로 해고됐다고 당시 상황을 잘 아는 3명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올트먼이 오픈AI의 성장에만 신경 쓰느라 공적 업무를 제쳐두곤 했으며, 결근도 잦아 동료와 스타트업들의 불만을 샀다는 설명이다. 회사가 발굴한 업체에 개인적으로 투자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20대의 올트먼을 회장으로 발탁해 실리콘밸리를 놀라게 했던 폴 그레이엄 창업자가 영국에서 직접 날아와 해고 통보를 했다.

이번 해임 사태 역시 오픈AI 내부 권력에 어떠한 도전도 허용하지 않으려 했던 올트먼의 성향이 본질적 이유였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