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해주는 대가로 최신형 고가 휴대전화를 할부로 개통시킨 뒤 기기만 싸게 해외로 팔아넘기는 소위 ‘휴대폰깡(내구제 대출)’을 해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3일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범죄집단조직·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휴대폰깡 총책 A(28)씨 등 일당 27명을 검거해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장물업자 2명, 통신판매점 직원 28명도 송치돼 총 57명이 검찰로 넘겨졌다. 이 중 A씨와 조회업자, 장물업자 등 4명은 구속 상태로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대구와 경북 구미 지역에 유통업체 8곳을 설립하고 이동전화판매점 2곳, 콜센터 2곳 등을 개설한 뒤 온라인 대출광고를 다수 게재했다. 대출 희망자의 연락이 오면 콜센터 상담원을 통해 이들 개인정보를 파악한 뒤 이동통신사 전산망에서 개통 가능한 휴대전화 대수와 금액을 확인했다.
이렇게 휴대전화를 개통한 피해자는 297명으로, 대출희망자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는 갤럭시 Z플립·아이폰14프로맥스 등 한 대에 130만∼250만원 상당인 최신 고가품이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단말기 수는 461대이다. 이후 기종에 따라 40만~100만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고 단말기는 이들이 챙겨 장물업자에게 판매했다.
‘폰테크’ 또는 ‘휴대폰깡’으로 불리는 내구제 대출은 인터넷 광고 등으로 모은 대출 희망자에게 대출 대가로 이통통신사를 통해 최신 휴대폰을 할부로 개통시킨 뒤, 이들로부터 휴대전화 단말기만 사들여 팔아넘기는 불법 사금융의 한 종류다. 피해자 대부분은 할부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으며 피해금액은 8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단말기는 장물업자를 거쳐 모두 해외로 반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4월 ‘강남 마약음료’ 사건과 다른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된 ‘대포폰(불법유심)’이 개통·유통되는 과정을 추적하다가 A씨 조직의 단서를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조직 일당은 합숙소 한 곳을 개설해 상담원 4명, 배송기사 15명을 모집·교육하고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내구제 대출은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이 곤란한 사람들의 명의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불법사금융 범죄 수법”이라며 “소액대출도 어려운 사회 초년생 등이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휴대전화 단말기는 해외로 반출돼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행에 악용될 수 있는 점에서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엄정 단속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