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 패소에 "매우 유감…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24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판결에 대한 인식과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 향후 외교 방침’에 대한 질문에 “국제법과 한일 정부 간 합의에 명백하게 반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계속해서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본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1심 패소 취소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용선 민변 회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이상희 민변 일본군위안부문제대응TF 단장(앞줄 왼쪽부터), 조용선 민변 회장, 이용수 할머니,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뉴시스

그는 이번 판결 이후에도 한일 양국 간 협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마쓰노 장관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거듭하는 등 냉엄한 전략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일 간 긴밀한 협력이 지금처럼 필요했던 시기는 없었다”며 “양국 정상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적극적으로 움직여 왔고 계속해서 여러 측면에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서울고등법원이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청구 금액을 모두 인정한다고 판결하자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하고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명의 담화를 발표하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담화에서 “(한국에) 국가로서 스스로의 책임으로 즉시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재차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위안부, 강제징용을 포함한 일련의 역사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 합의' 등으로 해결됐으며, 이에 배치되는 한국사법부 판단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해 왔다.

 

일본 언론은 “한국 사법 리스크가 재현됐다”고 우려하면도 지난 3월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발표한 이후 빠른 속도로 개선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한정적일 것으로 관측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 AP뉴시스

보수 성향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지금까지 한일 양국의 마찰 원인을 만들어 온 한국사법 리스크가 다시 떠올랐다”며 “한국 법원은 일본에 엄격한 한국 여론에 영합하는 듯한 판결을 자주 했다”고 법원이 한국 정부의 징용 해법 이행에 물을 끼얹는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제강점기 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번 재판이 이뤄지는것 자체에 대해 유감을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배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일본은 2021년 1월 같은 취지의 또 다른 1심 소송에서 한국 재판부가 일본에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한 데 대해 대응하지 않았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아사히는 “이번 판결이 개선 중인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외무성 간부 전망을 소개했다.

 

중도 혹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마이니치신문도 “일본과 관계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권에 난제가 하나 늘어난 형국이지만, 일본 정부에 바로 실질적인 손해가 나오지 않을 것이어서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극우적 시각을 드러내 온 산케이신문도 “일본 정부가 이전처럼 소송에 관여하지 않으면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된다”면서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에 끼치는 영향이 ‘한정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