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형사 책임 안 집니다” 설명 후 풀장서 어린이 사망… 업주 책임 물은 의미 있는 판결 나왔다 [법잇슈]

‘안전요원은 보호자 및 본인입니다’ 설명
法 “일반적·추상적 설명만으로는 부족”

수심 1m 미만 수영장에서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는 와중에  수영장 측 관리 책임을 명시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발생가능한 위험에 대해 일반적·추상적으로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단독 이상엽 부장판사는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카페 업주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수감하되 노역은 부과하지 않는 형벌이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2020년부터 경기 고양시에서 수영장이 딸린 카페를 운영하면서 수영장 사용시 발생 가능한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사고는 2021년 9월12일 발생했다. 당시 보호자와 함께 카페를 찾은 B(5)군은 수영장에서 놀다 배수구에 손이 끼었다. 이후 B군은 병원에 옮겨졌으나 다음날 오전 사망했다.

 

이 사고는 B군 유족이 2021년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영장 카페에서 6살 아이가 억울하게 아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당시 청원인은 “수영장 안에 그런 위험한 물순환 또는 물 빠짐 배수구가 있다면 카페 측이 사전에 무조건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호자에게 해줘야 했는데 위험성에 대한 사전 경고가 전혀 없어 보호자들이 대비할 수 없게 했다”며 “위험 시설에 대한 안전 감시 폐쇄회로(CC)TV와 이를 볼 수 있는 스크린도 없어서 실내의 부모들이 창을 통해 맨눈으로 볼 수밖에 없어 사고에 빠른 대응을 할 수 없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주 측은 재판 과정에서 카페 업주에게 업무상 주의 의무가 없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과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재판부는 사고 당일 업주 측이 B군 보호자에게 ‘수영장 안전요원은 보호자 및 이용고객 본인입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풀카페에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는 취지의 구두 설명을 한 사실은 인정했다. 당시 카페에도 이 같은 안전수칙이 붙어있었다.

경북 울릉군 사고 현장. 포항남부소방서 제공

다만 재판부는 이 같은 설명으로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음식점이 영업장에 수영장을 운영하는 경우 발생가능한 위험이나 이용상 제한에 대해 일반적·추상적으로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수구에 덮개를 덮거나 보호망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가 가능했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업주 측이)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풀장 어린이 사망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 현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업주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8월 경북 울릉군의 한 유아풀장에서 초등학생이 수심 37㎝에 불과한 풀장에서 취수구에 팔이 끼어 숨졌고, 지난 7월엔 인천의 한 키즈풀 카페에서 수심 67㎝ 수영장에서 놀던 2살 영아가 숨졌다. 이외에도 지난 7월 경기 가평군 수심 80㎝ 풀장 20개월 아이 사망사고, 지난 7월 강원 영월군 펜션 수영장 3살 아이 사망사고 등이 언론에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