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폰푼을 1순위로 지명한 이유다’ IBK기업은행, 정관장 꺾고 6위→4위로 수직 ‘점프’

아시아 최고 세터로 꼽히는 폰푼 게르파르드(태국)의 위력이 드디어 발휘되는 것일까. IBK기업은행이 폰푼의 물오른 경기 조율과 토스워크 아래 주전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정관장을 잡고 6위에서 4위로 두 계단 수직 점프했다.

 

IBK기업은행은 24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정관장과의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19 28-26 23-25 25-22)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승점 3을 챙긴 IBK기업은행은 승점 14(5승6패)로 정관장(승점 13, 4승7패), 도로공사(승점 12, 3승7패)를 제치고 6위에서 4위로 두 계단이나 올라섰다. 반면 1라운드를 4승2패로 시작했던 정관장은 이날 패배로 2라운드 5전 전패의 수렁에 빠졌다.

경기 전 만난 IBK기업은행의 김호철 감독은 폰푼의 토스에 “바깥에서 보면 폰푼의 토스가 화려하고 좋아보일지도 모른다. 다만 제가 바라는 것은 공격수가 잘 때릴 수 있는 볼을 올려줘야 하는데, 폰푼이 태국 대표팀에서 같은 선수들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다 보니 자신의 리듬대로 토스를 올린다. 그러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폰푼은 흠잡을 데 없는 토스를 보였다. 이따금씩 나오는 특유의 낮고 빠른 토스는 정관장 블로커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공격수들의 스파이크를 유도했다. 이런 토스에서 나오는 공격은 대부분 상대 블로커 손에 맞고 코트 밖으로 튀거나 상대 코트 바닥에 꽂혔다.

 

폰푼은 주전 대부분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경기 운영을 했다. 폰푼과 대각에서 뛰는 아포짓 스파이커 아베크롬비가 35점(공격성공률 42.86%)을 올리며 팀 공격을 주도한 가운데, 황민경과 표승주가 짝을 이룬 아웃사이드 히터진도 안정된 리시브를 폰푼에게 제공하면서도 공격에서도 힘을 보태며 아베크롬비를 도왔다. 황민경은 12점(공격성공률 50.00%), 표승주는 11점(34.38%)으로 활약했다.

이날의 ‘씬스틸러’는 미들 블로커 최정민이었다. 시즌 초반이지만, 세트당 0.868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는 최정민은 이날은 블로킹은 단 2개에 그쳤지만, 알토란 같은 공격 득점을 팀이 필요할 때마다 터뜨려줬다. 특히 듀스 접전으로 치러진 2세트 24-24에서 엔드라인을 보고 길게 때리는 서브 2방으로 정관장 리시브를 흔들며 연속 득점에 큰 기여를 했다. 2세트를 잡아내며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섰던 것이 이날 IBK기업은행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경기 뒤 김호철 감독은 “오늘 폰푼의 경기운영은 좋았다. 토스도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아쉬운 것은 수비되어 반격을 할 때 아베크롬비 같이 좀 더 확률높은 선수가 있는데도, 폰푼이 여러 공격 루트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물론 그게 또 폰푼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나올 때는 좀 더 확실한 공격수를 최대한 활용해줬으면 한다”고 평가했다.

감독 생활만 20년이 넘은 김 감독이지만,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주문하고, 지적하며 경기를 마치면 허탈하다는 속내도 밝혔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는 미팅이나 훈련 과정에서 얘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선수들과 이런 저런 상황에 대해 미리 약속을 하고 시합장에 오는 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깜빡하기도 하고, 상황상 약속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작전 타임을 불러 이런 저런 주문을 하는데, 지적을 많이 하는 것 같이 보일까봐 마음이 쓰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경기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