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청룡의 여인’ 김혜수…30년차 배우 정우성 연서에 결국 ‘눈물’

배우 김혜수(53). 세계일보 자료사진
배우 정우성(50).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30년간 청룡영화상을 지켰던 배우 김혜수(53)에게 배우 정우성(50)이 영화인을 대표해 연서를 전했다.

 

김혜수는 25일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을 끝으로 사회자에서 물러난다. 1993년부터 30회의 사회를 맡으며 ‘청룡의 안방마님’으로 한국영화계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그의 마지막 무대이기에 주최 측도 특별한 기획을 했다. 데뷔 30년차 배우 정우성을 출격시킨 것.

 

정우성은 연서를 읽기 전 “데뷔 30년차를 맞은 지금도 여전히 시상식에 초대 받으면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이 크지만 청룡영화상 만큼은 편안한 마음으로 왔던 것 같다. 아마도 영화인들을 아우르는 따뜻함과 깊은 공감으로 진행해 주는 김혜수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 마지막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픈 마음이 크다. 김혜수를 청룡영화상에서 떠나보내는 건 오랜 연인을 떠나보내는 심정과 같이 느껴진다”는 아쉬움을 전하며 영화인들이 전하는 연서를 낭독했다.

 

연서에서 정우성은 “30년이란 시간 동안 김혜수가 영화인들에게 주었던 응원, 영화인들이 김혜수를 통해 얻었던 위로와 지지, 영화인과 영화를 향한 김혜수의 뜨거운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의 청룡영화상이 있을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덧붙여 “그녀가 함께한 청룡영화상의 30년은 청룡영화상이 곧 김혜수이고 김혜수가 곧 청룡영화상인 시간이었다. 영원한 청룡의 여인 김혜수에게 청룡영화상이란 이름이 적힌 트로피를 전한다”며 트로피를 안겼다.

 

트로피가 전달되는 순간 배우들은 전원 기립해 김혜수에 박수를 보냈다. 염정아 등 일부 동료 배우들은 눈물을 훔쳤다. 이날 MC석에 함께 선 유연석은 김혜수의 손을 꼭 잡았다.

KBS2 ‘제44회 청룡영화상’ 캡처

 

지난날의 청룡영화상처럼 의연했던 김혜수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김혜수는 “전혀 예상 못했다. 그동안 상을 몇번 받았는데 (지금 받은 트로피에는) 1993년부터 2023년 청룡영화상이라는 글씨가 각인돼 있다. 그 어떤 상보다 특별히 값지고 의미 있는 상이다”라면서 “언제나 ‘그 순간’이란 게 있다. 바로 지금이 (떠나야 하는) ‘그 순간’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우리 영화의 동향을 알고 그 지향점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청룡영화상과의 인연이 30회나 됐다. 우리 영화가 얼마나 독자적이고 소중한지, 진정한 영화인의 연대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며 “배우 김혜수의 서사에 청룡영화상이 함께했음에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모든 순간이 유의미했고 저에겐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동안 저와 함께 시상식을 준비해주신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함께 진행해 주신 파트너들의 배려 잊지 않겠다. 청룡영화상을 새롭게 맡아줄 진행자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달라”면서 “22세 이후로 시상식 없는 연말을 맞이할 저 김혜수도 따뜻하게 바라봐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