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집단학살 권리 있다고?… 가짜뉴스에 화들짝 놀란 스웨덴

총리 발언 왜곡·오역한 동영상 SNS에서 확산
"스웨덴은 이슬람 혐오 국가 아냐… 오해 말길"

최근 인공지능(AI)에 의해 생성된 세계 각국 정상들에 관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번에는 스웨덴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이스라엘은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널리 유포됐기 때문이다. 스웨덴 정부는 즉각 해당 동영상을 “왜곡이자 허위 정보 유포의 일환”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대응할 뜻을 천명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SNS 캡처

24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지난 22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스웨덴과 유럽연합(EU)은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규탄하는 데 단결했다”며 “이스라엘은 국제법에 따라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후 짜깁기와 그릇된 번역을 거쳐 만들어진 동영상이 SNS에서 널리 확산했다. 동영상을 보면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이스라엘은 집단학살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돼 있다.

 

사실 스웨덴 입장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은 민감한 문제다. 스웨덴에선 이슬람 경전 ‘쿠란’을 불태우는 반(反)무슬림 시위가 빈발했고, 이는 아랍권 국가들의 반감을 사는 계기로 작용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유일한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는 이 점을 들어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튀르키예 의회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스웨덴은 아직 나토 회원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시민들이 스웨덴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앞서 스웨덴에서 이슬람 경전 쿠란을 소각하는 반이슬람 시위가 벌어진 것에 항의하는 차원이다. EPA연합뉴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이번 가짜뉴스 파동에 대해 “잘못 번역된 영상이 유포되면서 스웨덴의 이미지가 더욱 훼손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스웨덴이 이스라엘만 일방적으로 응원하고 팔레스타인은 혐오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스웨덴 정부는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가 실천될 기회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0월7일 이스라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하마스의 테러 공격 이후 여러 차례 이같이 밝혔다”고 덧붙였다. “일부 사람들이 스웨덴을 이슬람 혐오 국가이자 특정 종교 및 종교인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로 잘못 지적하고 있다”고 항변한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스웨덴 국민들을 향해 가짜뉴스에 대한 경계와 주의가 필요하다고 신신당부했다.

 

국가 정상에 관한 가짜뉴스 유포는 스웨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는 소식이 급속도로 퍼졌다. 순식간에 100만명 이상이 조회했으나 완전한 가짜뉴스로 판명이 났다. 이달 초 일본의 SNS에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입에 담기 힘든 음담패설을 하는 동영상이 퍼졌다. 하루만에 수백만명이 조회하며 커다란 관심을 끌었지만 이 또한 오사카에 사는 한 남성이 재미 삼아서 AI를 활용해 만든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