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피땀 흘린 몸으로 완성한 고난도 기예와 화려한 무대 연출을 자랑하는 ‘태양의서커스’ 공연은 언제나 ‘마술 같은 예술’을 펼쳐보인다. 바로 눈앞에서 보고도 실재라고 믿기 힘들 만큼 환상적인 곡예가 등장한다. 세계적 공연 기업인 ‘태양의서커스’가 2016년 만든 38번째 작품으로 지난달 25일부터 한국에 첫선을 보인 ‘루치아(LUZIA)’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루치아’는 스페인어 ‘빛(luz)’과 ‘비(lluvia)’를 합친 말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초대형 텐트 극장)에서 개막한 ‘루치아’는 관객들을 고대 마야·아즈텍 등 신비로운 멕시코 신화와 문화, 자연에 푹 빠지게 한다.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멕시코를 여행하는 한 남자가 마주하는 신비로운 광경을 중심으로 2시간가량 아찔하면서도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곡예가 이어진다. 회전 무대라 중앙 좌석이 아닌 관객도 공연을 즐길 수 있고, 생으로 들려주는 라틴음악은 공연장 분위기를 돋운다.
특히 작품 제목에 ‘비’가 들어있는 데서 보듯 ‘태양의서커스’의 빅탑 공연 작품 중 최초로 물을 접목해 신비감을 더한 연출이 돋보인다. 그레이스 발데스 예술감독은 개막 전 기자간담회에서 “‘루치아’는 상상 속의 멕시코에 보내는 러브레터(연애편지)다. 멕시코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물을 활용한 곡예가 함께하는 공연”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수많은 촛불이 무대를 둘러싸고 트럼펫 음악이 나오는 가운데 곡예사가 연체동물을 방불케 하는 유연성으로 기상천외한 자세를 보여주는 ‘콘토션(Contortion)’은 놀라움을 넘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태양의서커스 최초로 회전 무대 위에 설치된 두 대의 그네(스윙) 사이를 남녀 단원이 최대 10m 높이까지 올라가 넘나드는 ‘스윙 투 스윙(Swing to Swing)’도 백미다.
실감나게 생긴 거대한 말과 재규어 모형, 화려한 ‘제왕 나비’ 형상, 객석을 들썩거리게 하는 ‘저글링’, 축구공 묘기 등 다른 볼거리도 많다. 이번 내한 공연에 투입된 인원은 배우 50명을 포함해 130명이다. 출연진 의상과 신발만 1000벌과 140 켤레에 달한다. 공연 중 사진 촬영과 간식·음료 섭취도 허용된다.
2007년 ‘퀴담’을 시작으로 지난해 ‘뉴 알레그리아’에 이어 태양의서커스 7번째 내한공연 작품인 ‘루치아’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개막 2주 전에 이미 입장권 10만장이 팔려 150억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태양의서커스 역대 국내 공연 중 최대 흥행 기록이다. 다니엘 라마르 태양의서커스 부대표는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드는 게 개인적인 꿈”이라며 “한국 문화가 세계에서 깊은 사랑을 받는 만큼 조만간 꿈을 이루게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서울 공연은 다음 달 31일까지. 이후 내년 1월 13일~2월 4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