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오징어가 아예 잡히지를 않습니다. 갖고 있던 배도 팔려고 내놓았습니다.”
지난 25일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항. 30년 넘게 배를 탔다는 어부 A씨는 텅 빈 그물을 정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징어가 한창 잡혀야 하는 때인데도 그물을 끌어올려도 오징어가 한 마리도 없다”며 “수온이 높아진 데다 중국어선이 싹쓸이해가서 여기는 오징어가 씨가 말랐다”고 토로했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대표 수산물인 오징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동해 수온 상승으로 오징어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했고, 중국어선들이 북한 해역에서 쓸어가고 있어서다. 오징어를 잡기 위해 배를 타고 나가도 인건비와 기름값 등을 제하면 오히려 적자인 탓에 오징어잡이를 포기하는 어부들도 속출하고 있다.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오징어 가격이 올랐고, 전체 수산물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에 나섰지만 어민들과 서민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6일 도매기준 물오징어 1㎏은 1만3350원으로, 평년 1만1065원 대비 20.65%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소매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물오징어 연근해(신선 냉장·중) 1마리는 지난해 평균 6190원을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2년 2671원보다 2배 넘게 오른 가격이다. 건오징어 가격도 함께 올라 2012년 10마리 2만5184원에서 지난해 6만4241원으로 2.5배 이상 치솟았다.
이는 어획량이 감소한 탓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 자료를 보면 지난달 오징어 생산량은 1871t으로 전월 4163t 대비 반 토막 났다. 원양산은 생산이 늘었지만 연근해산은 9월보다 71% 감소한 1076t에 그쳤다.
오징어 가격과 함께 수산물 물가도 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했다. 오징어 외에도 고등어는 전년 동월 대비 5.7%, 어묵은 14.2% 올랐다. 특히 참치·고등어·꽁치 등 수산물통조림 물가 상승률이 10.5%를 나타내며 2009년 9월(16.5%)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에 정부는 가격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박성훈 차관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하는 물가안정대응반을 구성해 수산물 가격 집중 관리에 나섰다. 천일염을 비롯해 명태·고등어·오징어·갈치·참조기·마른 멸치 등 7개 품목을 대중성 어종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오징어와 고등어의 정부 비축 물량을 추가 방출하고 김장철을 맞아 천일염도 추가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오염수 사태에 어획량까지 줄어들면서 업계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가 안정 측면뿐 아니라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