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이 행사하는 표의 가치를 대폭 줄이고 권리당원의 표 가치는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대의원제 축소는 친명(친이재명)계의 지속된 요구로, 비명(비이재명)계와 갈등을 유발한 뒤 논의가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당내에선 대의원제 축소 논의 재개를 두고 ‘이 대표 이후 친명 지도부를 재차 수립하기 위한 밑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견해가 확산하고 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현행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대폭 줄이는 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27일 당무위원회, 다음 달 7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대의원제 축소는 원내외 친명계의 요구 사항이다. 이 대표의 지지층은 대부분 권리당원이다. 권리당원 자격은 6개월 동안 월 1000원 이상 당비를 납부하면 주어진다. 이들은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유권자로 참여할 수 있다. 친명계는 표의 등가성을 위해 장기적으로 ‘1인 1표’를 제도화하자는 입장이다.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반면 비명계는 당이 영·호남 지역 대표성을 두루 확보해 전국정당화를 이루기 위해선 대의원제를 존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도부가 총선에 필요한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야 하는데 분열·갈등 이슈만 만들고 있다. 총선을 치르겠다는 건가 말겠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당이 선거 때 이 정도로 엉망인 적이 없었다”고도 했다.
비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은 이날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어 이 대표 체제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국제학)는 “이 대표와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지지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는 ‘포퓰리스트 정당’이 완성됐다. 사당화한 것”이라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개딸에 기대는 ‘개딸 빠시즘’ 정당으로 전락한 건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면서 “그나마 민주당이 야당인 게 다행이다. 만약 집권당이었으면 마치 히틀러처럼 더 큰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