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복원하는 등 군사적 조치에 나섰다. 우리 군 당국이 9·19 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통해 무인정찰기(UAV) 등을 이용한 최전방 지역 공중 감시·정찰을 재개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군은 북한이 GP 복원과 더불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재무장에도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는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파기 선언 하루 만에 GP 복원 시도
북한은 지난 23일 국방성 성명을 통해 9·19 합의 파기를 선언한 뒤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군이 DMZ에서 GP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우리 측에 포착된 것은 그 하루 뒤인 24일이다.
일각에선 북한군 GP가 이같은 역할을 하려면 파괴 전 수준까지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GP 복원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임시로 만든 것 같기는 하다. 막사나 지원시설은 후사면에 있는데 이런 것들도 일부 식별된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이 JSA 일대도 재무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남북은 2018년 10월25일을 기해 JSA 남북 지역에서 초소, 병력, 화기를 철수했다.
군은 북한의 GP 복원 등에 맞설 대응 방안과 적용 시기 등을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김명수 합동참모의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응 조치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며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우리의 기본적 조치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의 GP 복원은 언제 이뤄질 것이냐는 물음에 김 의장은 “오늘(27일) 우리 군이 촬영한 사진까지 공개했는데 우리도 상응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상응 조치를) 안 하는 것이 더 바보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北 “합의 파기, 남측에 책임”
북한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합의 파기 책임을 우리 측에 돌렸다. 노동신문은 ‘반공화국 대결 광증에 들뜬 괴뢰패당’ 제목의 기사에서 한·미 연합연습 등 군사훈련들이야말로 남북 합의를 먼저 위반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신문은 “괴뢰패당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그 부속합의서인 북남(남북)군사분야합의서가 채택된 이후 미국에 추종하며 합의들을 난폭하게 위반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속적으로 유린해왔다”며 “력사적(역사적)인 4·27 판문점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국과 함께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노린 2018맥스썬더 연합 공중전투훈련을 감행하는 등 4년 사이에 600여 차례 각종 침략전쟁 연습을 연이어 벌렸다”고 주장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세종연구소 주최 포럼에서 윤석열정부의 9·19 합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북한이 제공해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다는 점에서 평가한다”며 “사실 우리 정부가 전면 폐기하는 것이 마땅한데, 너무 조심스럽고 소극적으로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9·19 합의에 대해 “핵무장한 북한을 지켜주는, 초현실적인 합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군사합의의 생명은 “검증을 통한 투명성 확보”라며 “제대로 된 남북군사합의를 하려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남북이 상호 정찰을 자유화해서 서로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