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도 “징벌적 상속세 고쳐야 한다” 동조, 이제 손볼 때다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상속세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불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그제 국회에서 상속·증여세 개편 정책토론회를 열고 “최대주주 보유주식을 상속하는 경우 20% 할증이 붙는 제도의 폐지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기업가 정신이 고양되고 기업활동이 활성화되면 대한민국의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당 황희 의원도 “중소기업은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 승계를 포기하고 폐업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했다. ‘부자 감세’라는 이념적 틀에 집착, 논의조차 거부하던 야당에서 실용적인 목소리가 커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최고세율 50%에 대주주 할증 20%를 더해 실제 최고세율이 60%다. 압도적인 세계 1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 26%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상속세가 없는 스웨덴·노르웨이·캐나다 등 14개국을 포함할 경우 평균치는 13%에 불과하다. 일본이 최고세율 55%라지만 우리보다 부담이 훨씬 작다. 일본은 상속인(유족)별 상속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취득세인데 우리는 상속가액 전체를 과표로 삼아 상속세를 정한 뒤 상속인별로 나누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3년째 그대로인 한국 상속세는 유례가 드문 징벌적 성격 탓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경영권 위협이나 승계 포기 등 숱한 부작용을 양산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해 가업승계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절반 이상(52.6%)이 가업 승계를 하지 않을 경우 폐업·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폐업이 현실화할 경우 약 57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138조원의 매출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대기업들도 과도한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해외로 이전하거나 경영권이 위협받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제 국민경제의 득실과 국가의 미래 경쟁력 차원에서 상속세 폐지를 포함해 전면적인 대수술을 진정성 있게 고민해야 할 때다. 장수기업이 늘어나야 일자리도 더 생기고 기업과 근로자들이 내는 세금도 많아질 게 틀림없다. 스웨덴처럼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상속인이 재산을 매각하는 시점에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는 “상속세 체제를 한번 건드릴 때가 됐다”고 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변죽만 울리지 말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개편안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