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무서워, 이상한 데로 가” 택시서 뛰어내려 숨진 여대생…운전자 무죄, 왜

기사 “행선지 잘못 알아들어”
검찰, 무죄 판결에 즉각 항소
지난 3월4일 사건 당시 20대 여성 C씨가 남자친구와 나눈 메시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목적지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택시에서 뛰어내렸다가 뒤따라오던 차량에 숨진 여대생 사건 관련 1심에서 택시 기사와 여대생을 친 차량 운전자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 송병훈 부장판사는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치사)로 기소된 60대 택시 기사 A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 B씨에게 전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20대 여성 C씨는 지난해 3월4일 오후 8시45분쯤 경북 포항 흥해읍 KTX 포항역 근처에서 A씨가 모는 택시를 탔다. C씨는 다니는 대학 기숙사로 가 달라고 말했으나 택시가 다른 방향으로 향하자 “차에서 내려도 되느냐”고 물은 뒤 뒷문을 열고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렸다. C씨는 차에서 뛰어내린 뒤 뒤따라오던 B씨의 SUV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택시 기사 A씨는 “행선지를 잘못 알아듣고 다른 대학 기숙사 방향으로 달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A씨가 평소 청력에 문제가 있었는데도 검진 등을 소홀히 한 점을 지적했고, B씨는 전방주시 태만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A씨는 승객이 뛰어내릴 것이라고 예견할 수 없었다”며 “B씨는 사고를 회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이날 판결 뒤 “운전자들이 적절한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며 즉각 항소했다.

 

한편 지난해 사건 발생 직후 C씨의 유족은 “억울한 죽음을 바로잡고 싶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기도 했다. 자신을 C씨의 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출발 직후 택시가 목적지와 다른 낯선 곳으로 향하자 누나가 택시기사에게 멈춰달라고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 C씨는 남자친구에게 “이상한 데로 택시가 가. 나 무서워. 엄청 빨리 달려. 말 걸었는데 무시해” 등의 문자를 보냈다. 여러 차례 멈춰달라는 요구에도 A씨가 미동도 없이 빠르게 주행하자 C씨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자친구는 전화를 통해 “아저씨 세워주세요.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요청하는 C씨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여전히 택시기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유족 측은 “이 사고가 누나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제가 누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스무살 우리 누나가 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야만 했는지 밝고 건강한 우리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다”고 촉구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에 택시 기사가 목적지를 잘못 알아듣고 대답하는 내용이 녹음돼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