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하게 받아줬다” 하태경에 심기 불편한 최재형…“종로 지키겠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MBC 라디오서 하태경의 ‘종로 출마’에 “예상치 못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의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일부 라디오 발언에 현재 종로를 지역구로 둔 같은 당 최재형 의원 심기가 다소 불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보궐선거 당선으로 정세균·이낙연으로 이어져온 더불어민주당 맥을 끊고 종로에 뿌리를 내린 상황에서 마치 자신이 하 의원의 ‘종로 출마’를 너그러이 이해하고 양보하는 것처럼 비친 데 따른 것인데, 최 의원은 종로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29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최 의원은 자신이 먼저 제안했던 식사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종로 출마’ 의사를 하 의원에게 전달받았다며, 부산을 떠난 험지 출마로만 알고 있던 하 의원의 구체적인 속내를 그때서야 깨닫게 됐다는 취지로 밝혔다.

 

이어진 ‘식사하자고 했을 때 전혀 예상 못했던 건가’라는 진행자 물음에 “그렇다”면서, 같은 당 의원인지라 차마 화내거나 말릴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너그럽게 받아들인 듯한 하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에 ‘조금 불편하다’며 출마 이유 등의 설명도 없었다고 최 의원은 답했다. 최 의원은 하 의원의 출마 기자회견(11월27일)보다 2주가량 앞선 이달 중순쯤 식사 자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최 의원은 ‘종로 사수 입장은 굳건한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종로를 지키겠다”며, 지금 상황에서 종로를 지킬 적임자는 자신이라 생각한다고도 강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의 종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며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 의원은 지난 28일 같은 방송에서 ‘인품이 좋으셔서 그랬던 것 같다’는 말로 적절한 타협이 이뤄진 것처럼 밝혔다. 하 의원은 “그나마 가장 또 성품이, 인품이 좋은 최재형 의원이기 때문에 굉장히 쿨하고 나이스하게 받아주시는 것”이라며 “다른 지역 가면 난리가 난다”고도 덧붙였다.

 

하 의원은 종로가 여당에 유리한 듯 보이는 건 착시라면서, 지난해 보선에서 민주당 후보 공천이 없었던 점을 언급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자진 사퇴로 ‘무주공산’인 종로에서 최 의원은 무효표 3679표를 제외하고 총투표 9만5288표 중 총 4만9637표를 얻어 득표율 52.09%를 기록, 종로구청장 출신 김영종 무소속 후보(2만7078표·득표율 28.41%)를 누르고 승리했다.

 

최 의원은 “여러 기저효과도 있었지만 제가 20% 이상(차이로) 이겼다”며 종로는 여전히 국민의힘에 쉬운 곳이 아니라고 라디오에서 강조했다. 기득권을 버리고 당선이 쉽지 않은 곳으로 나가는 중진의 모습이야말로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험지 출마’라며,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이자 대권 유력 주자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정치 1번지’ 종로 출마를 과연 험지 출마로 볼 수 있겠냐는 의문을 그는 더했다.

 

다만, 하 의원이 종로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는다면 경선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 의원은 당의 교통정리에 따라 하 의원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 의원 출마 선언을 본 지역 주민들이 화가 많이 났다면서, 최 의원은 ‘왜 양해를 해줬냐’ 등 반응에 직접 전후 상황 등을 설명했다고도 라디오에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