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행차 한국을 방문한 몽골 친구와 함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했다. 본래 형무소는 죄인을 가둬 두는 곳이지만 서대문형무소에서 고초를 겪었던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나라를 사랑했던 애국지사들이었다. 1923년 지어진 서대문형무소에서는 일제의 한국 강제 점령을 반대했던 많은 한국인이 수용돼 고문을 당하고, 처형당했다. 이곳에서는 18세 미만의 여성, 10년 이상을 선고받은 자 그리고 무기수를 수용하였으며, 1944년 기준 2890명이 있었다고 한다.
서대문형무소를 거닐면서 슬픔과 분노가 교차했다. 친구와 나는 일본 제국의 한국인 탄압을 보여 주는 유물과 문서들을 통해 일제강점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직접 목격했으며, 감옥 안에 갇혀 애국자들이 겪었던 고통과 투쟁을 여실히 목도할 수 있었다. 언어와 이름 등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모조리 말살함으로써 한민족을 완전히 지워 버리려 했다.
어두컴컴한 전시관 지하에는 고문을 받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실감 나게 재현돼 있었다. 복도 깊이 걸어 들어가니 수많은 고문 장치와 서대문의 처참한 생활 환경이 있었다. 감옥에 갇혀 고문받는 이들의 얼굴은 범죄자가 아닌 우리와 같은 일반 시민들의 얼굴이었다. 독립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투옥되고 고문을 받은 한국인들의 처절한 심정을 엿볼 수 있었다. 감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예술가, 시인, 성직자들은 시대를 기록했고,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감옥은 비어 있지만 그곳에 독립운동가들의 정신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