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수사는 기획’ 임종석과 ‘文 탄핵 밑자락’ 조국…김병민 “입장 밝혀야 할 것”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CBS 라디오서 “그 사람들이 했던 말 아직도 남아 있어”
서울중앙지법, 황운하 의원과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 징역 3년 선고 등
2018년 12월31일 당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재판에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과거 검찰을 맹비난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최소한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여당에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 출신이자 해당 의혹에 따른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까지 섰던 임 이사장은 검찰 수사가 기획됐다는 취지로 주장했었고,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 탄핵의 밑자락을 검찰이 공소장에 깔았다고 날을 세웠었다. 두 사람의 관여 의심 정황이 일부 있었지만 혐의를 인정할 정도의 구체적이고 실질적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검찰은 이들을 무혐의 처분했었는데, 일부에서는 이번 판결 관련해 두 사람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 재수사 여부에도 주목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하명 수사’ 혐의로 기소된 황 의원에게 지난 29일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는 징역 3년 판결을 내렸고,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하명 수사 개입 혐의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과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송 전 시장 경쟁자에 대한 경선 포기 권유 혐의를 받은 한병도 민주당 의원에게는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2018년 지방선거 전 청와대가 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 전 시장의 당선을 도우려 조직적으로 개입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송 전 시장은 2017년 9월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같은 시기 울산시장이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관련 수사를 청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황 의원은 법원이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만 수용했다며 반발했고, 송 전 시장도 재판부가 한쪽의 주장만 받아들였다며 검찰의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과 함께 항소 방침을 판결 직후 밝혔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같은 날 오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임종석 전 실장은 ‘기획 수사’라고 이야기했었다”며 “조국 전 민정수석은 ‘대통령 탄핵을 위해 밑자락을 까는 거’라고 이야기했다”고 두 사람의 과거 반응을 소환했다. 이어 “두 사람은 적어도 입장을 밝혀야할 것”이라며, “그 사람들이 했던 말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임 이사장은 2020년 1월30일 선거 개입 의혹으로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검찰총장 지시로 검찰 스스로 울산에서 1년8개월 덮어놓은 사건을 이첩할 때부터 이미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자리에서 “아무리 그 기획이 그럴듯해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정말 제가 울산 지방선거에 개입했다고 입증할 수 있나, 못하면 누군가는 반성도 하고 사과도 하고 그리고 책임도 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검찰이 좀 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좋겠다. 왜 손에서 물이 빠져나가는지 아프게 돌아봤으면 좋겠다”며 “모든 권력기관은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필요하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검찰 업무는 그 특성상 한 가족의 삶을 뿌리 채 흔드는 일이라며 어떠한 기관보다 신중하고 절제력 있게 권력의 남용 없이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훈수까지도 뒀었다. 임 이사장은 검찰이 자신을 무혐의 처분 하면서도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같은 혐의로 기소한 이듬해에는 ‘부당하고 비겁하다’는 반응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법무부 장관에서 사퇴한 과정을 돌아본 같은 해 8월 SNS 글에서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 주장을 펼쳤다. 글에서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는 4·15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 조직이 나아갈 총 노선을 재설정했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 이름을 15회 적어 놓은 울산 사건 공소장도 그 산물”이라면서 집권 여당의 총선 패배 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던 임 이사장을 ‘정치 검찰의 피해자’라 엄호하고 특히 황 의원이 기소된 상태에서 지방선거 후보로 내세웠던 민주당에는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등의 과제가 남았다고 김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짚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의 수석대변인이던 2020년 1월 논평에서 임 이사장 검찰 출석에 대해 “임 전 실장은 과거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인격살인 때문에 무죄를 선고받고도 고통을 받아 온 정치 검찰의 피해자”라며, “이번 사건은 검찰이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과거의 폐단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있는 힘껏 임 이사장을 두둔했다.

 

김 최고위원 발언에 앞서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사필귀정’이고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중대한 범죄기 때문에 사실 3년형 가지고도 모자란 거고 문제는 이래도 민주당은 끝까지 반성 안 한다”고 꼬집었다. 그리고는 “국민의힘은 처음에 안했다고 빼다가 나중에 미안하다 고개 숙이는데, 민주당은 절대 그걸 안 한다”며 “민주당의 도덕적 자산 자체가 파멸됐다는 걸 의미한다”는 말과 함께 향후 민주당의 대처를 지켜보겠다고 라디오에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