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내홍 속 차기 처장도 '구인난'…1차 후보군 9명뿐

오늘 추천위 2차 회의…추천자 안 밝히고 '블라인드 논의'
수사력 논란 이어 현직 검사 지휘부 공개비판…새 리더십 과제 산적

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1차 후보군 명단에 9명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거듭된 수사력 논란에 이어 지휘부를 향한 공개적인 내부 비판까지 돌출해 내홍에 빠진 공수처를 수습할 새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30일 오후 국회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추천위원들이 제시한 9명의 심사 대상자 가운데 누가 후보자로 적합한지 심의할 예정이다.



각 위원은 지난 20일까지 당사자 동의를 받아 심사 대상자를 추천했고, 대상자들은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앞서 7명의 추천위원은 각자 3명 이내에서 후보를 추천하기로 했다.

이론적으로 최대 21명의 후보군이 추려질 수 있지만 실제 취합된 인원은 9명에 그쳤다. 각 위원이 평균 1명 안팎만 추천한 셈이다.

향후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는 탓에 당사자가 후보 제안을 고사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수사력 부족, 정치 편향성 논란 등으로 질타를 받는 점도 처장 후보 자리에 대한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21년 1월 출범한 공수처는 초기부터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황제조사', 통신조회 '민간 사찰' 등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였다.

수사력과 실적도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직접 공소를 제기한 사건은 3건,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한 사건은 5건이다. 네 차례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내부 구성원 이탈도 잇따랐다. 김성문 전 부장검사는 지난 5월 사직하면서 "내부의 비판을 외면하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했고, 지난 3월 사직한 예상균 전 부장검사도 인력 부족 문제 등을 지적하며 "사실상 수사기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현직 구성원인 김명석 부장검사가 지휘부의 정치적 편향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이에 여운국 차장검사가 김 부장검사를 명예훼손·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히는 '내분'까지 벌어졌다.

김 부장검사는 이날 법률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지금까지 소회를 말하자면 정치적 편향과 인사의 전횡이란 두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미리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맞추도록 언행을 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며 "공수처 구성원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인력시장에 나와 있는 잡부와 같은 심정으로 지낸다"고 주장했다.

김진욱 처장은 전날 기고문 내용이 미리 알려지자 외부 기고 내용을 사전에 신고하지 않는 것은 윤리강령 위반이라며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이런 난맥상이 널리 알려진 만큼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처장 후보자로 나서겠다는 법조인이 적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추천위는 심의를 거쳐 최종 후보자 2명을 추릴 예정이다. 대통령은 이 가운데 1명을 차기 공수처장으로 임명하게 된다.

위원들은 1기 처장 후보자 추천 때와 달리 어느 위원이 누구를 추천했는지를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여당 추천', '야당 추천'이란 꼬리표가 정파성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위원끼리도 누구를 추천했는지 서로 밝히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0일 만료된다.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수장 공백 없이 차기 처장이 임명되려면 대략 연말까지는 최종 2배수 압축이 이뤄져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