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우수한 문자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 우수성 가운데 하나가 입으로 내는 소리를 두루 잘 적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는, 예를 들어 해가 떠 있는 때를 ‘낟’처럼 발음하면서 ‘낮’이라고 적는다. 언문일치(言文一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소리를 잘 적는다는 글자를 왜 이렇게 사용하는 것일까?
발음과 그것의 표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글자라도 끊임없이 변하는 소리를 다 적을 수 없고, 그래봐야 보람도 적다. 표기 형태가 고정돼 있지 않으면, 앞의 ‘낮’이 환경에 따라 ‘나제’, ‘밤낟’처럼 적게 되므로, 읽을 때 같은 말임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글맞춤법이라는 표기 규칙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그 제1항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이다.
한글은 4세기 반 동안이나 한문보다 격이 낮다는 뜻의 ‘언문’으로 취급되다가, 갑오개혁(1894)에 이르러서야 공식 문자 대접을 받게 되었다. 당시에 백성이 문맹에서 벗어나고 근대적 교육을 받으려면 한글이 필수 도구였다. 하지만 표기 방법이 완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 과업을 주로 수행하며 ‘한글운동’을 이끈 사람이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이요 조선어연구회(조선어학회)였다. 이 문화독립투쟁의 맨 앞줄에 있던 사람이 신명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