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은 피고인(김용)에 대한 뇌물이라기보다는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의 선거자금으로 제공되는 금원의 성격만 있다고 모든 관련자들이 당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30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 수수 혐의 중 2014년 4월경에 받은 1억원 부분에 대해 “일부 법정진술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 탄핵 증거에 비춰 보면 이같이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불법정치자금 6억원 등 인정
법원은 김 전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가 있던 8억4700만원 중 6억원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월∼8월 사이 4번에 걸쳐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자금을 건네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관련자의 진술 대부분이 일치하는 점, 범행과 관련한 차용증, 차량 하이패스 및 진·출입 내역 같은 객관적 자료가 진술의 신빙성을 충분히 뒷받침한다고 봤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 일부가 부정확한 부분에 대해서는 “1년 이상 지난 일에 관하여 기억을 더듬어 진술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본질적 차이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자금 전달자인 남욱·정민용도 본인이 경험하지 않으면 허위로 진술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묘사를 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인정됐다.
다만 김 전 부원장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2억4700만원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유씨는 이 중 1억원을 자신이 중간에서 챙겼다고 자백했고, 나머지 자금은 유동규·남욱·정민용이 중간에서 사용한 점이 인정됐다. 비록 부정한 목적으로 조성된 자금이지만 관련 법이 미수에 그친 범행에 대해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2013년 남씨가 마련한 7000만원을 유씨를 통해 전달받은 사실이 인정됐다. 당시 성남도시개발 공사 설립 조례안이 통과한 것에 대해 유씨가 남씨로부터 뇌물을 요구했고, 이 중 일부를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한 것을 볼 수 있어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대가성·직무관련성을 충족한다고 봤다. 김 전 부원장에게 뇌물이 건네진 상황에 대한 관련자 진술이 일치한 점도 고려됐다.
검찰이 뇌물 수수라고 주장한 나머지 1억원, 2000만원에 대해선 각각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유씨의 진술이 명확하지 않다거나 김 전 부원장의 직무와 관련한 자금이라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유무죄 가른 유동규 진술
이처럼 유씨의 진술 신빙성은 김 전 부원장 유·무죄를 가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씨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지 약 1년이 지난 지난해 9월 그간의 태도를 바꿔 이 대표 측에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고, 이를 계기로 이 대표와 그 측근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재판에서도 유씨 진술의 신빙성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검찰은 그가 형사처벌을 감수하고 진실을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의 압박과 회유로 거짓 진술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3월 첫 재판에서는 김 전 부원장 변호인이 “‘유동규의 인간됨’을 믿을 수 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된 유씨의 진술 일부는 검찰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법원은 유씨와 검찰의 면담 중 일부가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해당 부분 증언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특히 유씨의 심경변화가 있던 지난해 9월26일 면담과 관련해 조사장소 도착시간이 자필진술서와 피의자 신문조서에서 다르게 기재된 점, 유씨의 심경변화 경위나 동기가 작성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선처를 기대하며 수사기관의 의도에 부합하게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만한 동기 및 추가구속 등 궁박한 처지를 이탈하기 위한 의도가 입장 변화와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인다”고도 판단했다. 다만 이런 사정만으로 유씨의 진술 전부를 배척할 것은 아니라며 다른 증거들과 합치되는지 등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