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열린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위원장 탄핵안 추진을 놓고 이같이 격론을 펼쳤다. 30일과 12월1일 본회의 소집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168석 거대 의석을 내세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일방적으로 야당 편만 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탄핵 추진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국민의힘이 이 위원장을 지키기 위해 국회를 멈춰 세우려 한다”고 맞받아쳤다.
◆여 “억지 탄핵”… 야 “여론 호도 말라”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이번 탄핵안 추진이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지난 9일 탄핵안을 발의했다가 일방 철회한 뒤 28일 재차 발의한 걸 문제 삼은 것이다.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민주당이 (9일 발의한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것일 뿐 정식 의제로 채택되지 않았다는 억지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탄핵안 내용에 대해서도 부당하다며 “이 위원장은 취임 후 세 달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표결 앞두고 ‘물리력 행사’도 거론
국민의힘은 애초 30일과 12월1일 본회의 소집 자체에 반대하면서 이날 김 의장을 압박했다. 다만 김 의장은 1일 본회의 또한 정상 진행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김 의장이 주재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장께서는 이미 양당 교섭단체가 합의한 일정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30일, 1일 본회의는 9월 정기국회를 시작하면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일정이다.
국민의힘은 김 의장의 30일, 1일 본회의 진행을 두고 ‘짬짜미’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짬짜미가 돼서 본회의를 열고 탄핵안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산안 처리를 위해 잡은 본회의인 만큼 탄핵안 처리를 위해 여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윤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를 위해 잡은 본회의를) 악의적으로 탄핵에 활용하겠다는 민주당이나 동조하는 의장이나 국민이 안중에 있는 건지, 의회정치의 오래된 관행이나 국회법의 취지라든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정말 개탄스럽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 문서에 ‘예산안 처리’라는 전제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 원내대표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본회의 직전 김 의장을 직접 만나 항의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 탄핵안 표결이 예정된 1일 본회의 취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도 의장실 앞에서 “편파적인 국회운영 국회의장 사퇴하라”, “중립 의무 망각한 국회의장 각성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김 의장은 본회의 예정 시간(오후 2시)보다 20여분 지나 의장실을 나왔으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국민의힘은 1일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 탄핵안 표결이 진행될 예정인 만큼 이날 저녁부터 다음날까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철야 연좌 농성을 이어 가기로 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표결 저지를 위한 물리력 행사 또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본회의를 막기 위해 국회의장실이나 의장 공관 점거 등 초강경 대응 방안까지 거론되는 걸로 안다”며 “국회선진화법 위반은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