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발급 거부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가수 유승준(47·미국 이름 스티브 승준 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사실을 알리며 자축한 가운데, 그의 입국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이날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1997년 ‘가위’로 데뷔해 ‘나나나’ ‘열정’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국내 최정상급 댄스가수로 활동한 유씨는 2002년 현역으로 군입대하겠다던 약속을 번복하고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법무부와 병무청으로부터 입국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그는 39세였던 지난 2015년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로 입국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이를 취소해 달라며 첫 번째 소송을 제기해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 끝에 대법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LA총영사관은 “유씨의 병역의무 면탈은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발급을 재차 거부했다.
이에 유씨는 2020년 10월 LA총영사관을 상대로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1심에서 패소했으나 올해 7월 2심 재판부는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유씨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2017년 개정 전 옛 재외동포법에 따라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후천적으로 취득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에 대해 원칙적으로 체류 자격을 부여해선 안 된다”면서도 “그가 (병역 의무가 해제되는) 38세가 넘었다면 처분 당시 (옛 재외동포법의 일반 규정인) ‘대한민국의 안전 보장, 질서 유지, 공공복리, 외교 관계 등 대한민국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새김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LA총영사관 측은 “유씨의 행위로 국군 장병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고 병역 기피 풍조가 확산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병역 기피 행위 그 자체와 별도의 행위·상황이 있어야 옛 재외동포법 일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대법 판결에 따라 LA총영사관이 병역 기피가 아닌 다른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비자 발급을 다시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비자를 발급받더라도 법무부가 ‘입국 금지’를 유지하면 유씨는 한국에 들어올 수 없다. 유씨는 병무청의 요청으로 입국 금지된 상태다.
반대로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비자를 발급하고 입국 금지를 해제하면 유씨는 21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된다.
이날 MBC 보도에 따르면 유씨 측 변호인은 “아직 한국 입국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변호인은 지난 7월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이 한 행동에 대해 너무나 가혹한 제재를 받았다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명예회복적 측면이 있다”라고 소송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외교부 역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향후 관계부처와 협의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씨는 이날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대법 선고 직후 SNS에 관련 기사를 갈무리(캡처)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