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詩의 뜨락]

김주대

얼굴은 아버지의 무덤. 어머니에게 칼을 던지던 아버지가 거울 속에 보인다. 눈가 주름에 흐르던 물기와 잠긴 목소리로 미안하다며 마지막 고개를 떨구던 아버지. 나의 모든 표정은 아버지를 장사 지내는 절차다. 무덤가 풀꽃처럼 일생은 많이 울고 가끔 웃으며 아버지를 영원히 살다 가는 장례식. 아들은 나를 살지 말기를 바랐지만 어느새 아들의 미소에서 나를 보는 피의 순간이 지나간다. 만취하여 몸이 달아오르는 날의 거울 속에 잿밭산 험한 묏자리 아버지 썩는 냄새가 난다.

 

-계간지 ‘한국문학’(2023년 상반기) 수록

 

●김주대 시인 약력

 

△1965년 상주 출생. 1991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도화동 사십계단’, ‘그리움의 넓이’,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등을, 시화집으로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시인의 붓’, ‘꽃이 져도 오시라’, ‘108동자승’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