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입적한 자승스님(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종단의 미래를 위해 힘써달라”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조계종은 1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자승스님의 유언장을 일부 공개했다.
자승스님은 이 유언장에 “총무원장 스님께”라고 적은 뒤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주십시요”라고 당부했다. 또 “상월선원과 함께 해주신 사부대중께 감사합니다. 우리 종단은 수행종단인데 제가 여러 소임을 살면서 수행을 소홀이(‘소홀히’의 오기로 보임) 한 점을 반성합니다”라고 수행하는 이들에게 메시지도 남겼다. 그러면서 “(하안거, 동안거 등 수행) 결제 때마다 각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 비구니 스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존중합니다. 해제 때마다 많은 선지식들이 나와 침체된 한국불교를 이끌어가주시길 서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탄묵, 탄무, 탄원, 향림”이라고 쓴 뒤 “각자 2억씩 출연해서 토굴을 복원해주도록”이라고 당부한 뒤 “25년도까지 꼭 복원할 것”이라고 시한을 못박았다.
탄묵, 탄무, 탄원, 향림은 자승스님의 상좌(제자)스님들의 법명이다. 조계종은 이 메시지가 화재로 소실된 칠장사 복원과 관련된 말씀이라고 해석하면서도 자승스님이 입적한 칠장사 화재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은 유언장에 담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우봉스님은 “‘소신공양(燒身供養·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언장은 자승스님이 회주(큰스님)로 있는 봉은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은정불교문화재단의 숙소에서 발견됐다. 우봉스님은 자승스님이 지난 3월 상월결사 인도 순례가 끝난 뒤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방 어디 어디를 열어봐라’는 이야기를 했고 당시 지인들이 ‘그런 말씀을 마시라’고 손사래를 쳤다고 전했다.
그 얘기를 들었던 스님 중 한 명이 전날 숙소를 방문해 해당 장소를 확인하니 유언장이 여러 장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유언장은 전체 10여장이며 여기에는 자승스님이 평소 했던 생과 사에 대한 이야기나 종단에 관한 당부 등이 담겨 있다고 조계종은 설명했다.
이 중 개인적인 내용은 제외하고 종단에 대한 당부, 칠장사에 타고 간 차에서 발견된 메모와 연관된 내용을 선별해 공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