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친문(친문재인) 검사’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쓴 책을 추천하며 “(저자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복수를 꿈꾼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복수를 ‘오래 살며 복을 누림’(福壽)이란 뜻으로 썼는데, 국민의힘은 이에 “말장난 말고 울산사건을 사죄하라”며 반발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전날 늦은 밤 페이스북에 이 연구위원이 쓴 책 ‘꽃은 무죄다’를 추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책에 대해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지냈지만 지금 검사들의 세상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검사 이성윤의 야생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권 들어 핵심 요직을 두루 꿰차고 초고속 승진하면서 일명 ‘검찰 황태자’로 불렸다. 이 연구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뒤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지 하루만에 ‘검찰 유배지’라 불리는 법무연수원으로 발령이 났다. 이 연구위원은 사표를 제출했지만 현재 재판 중이라 공무원법상 퇴직이 막힌 상태다.
문 전 대통령은 책에 대해 “저자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얼음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福壽草)의 강인함에서 절제와 인내를 배우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복수(福壽)를 꿈꾼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생화가 아름다운 것은 야생의 역경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의 이같은 코멘터리는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 연구위원의 최근 행보와 겹쳐보인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이원석 검찰총장과 검찰 조직에 날을 세웠다. 그는 이 총장을 겨냥해 “조직 구성원을 감싸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지금은 그런 게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출판기념회에 동석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 연구위원은 음주가무를 멀리하는 대신 기도에 철저한 분이다. 통상적 검사의 대표인 윤 대통령하고는 모든 면에서 반대”라며 “검찰 조직 내에서 얼마나 미워했겠나”라고 이 연구위원을 치켜세웠다.
국민의힘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책을 추천하며 ‘복수’라는 말장난을 할 게 아니라, 정권 차원의 민주주의 파괴 시도에 대한 국민적 물음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부대변인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1심 유죄 판결을 언급하며 “문 전 대통령은 정권의 수장이었음에도 울산시장 선거공작에 대한 법의 심판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라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법원의 선고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김미경)는 지난달 29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공소 제기 뒤 3년 10개월만에 ‘청와대 하명에 따른 수사를 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재판부 판단이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