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난 한순간 직장 잃었는데”…회삿돈 50억 횡령해 부인 음식점 내준 대표 구속

‘유령 직원’ 만들어 허위이체 등 12년간 횡령
법인자금으로 자녀 땅 구매·부인경비 등 유용

 

수년에 걸쳐 50억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해 개인 사비로 탕진한 50대 대표가 법정 구속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최종원)는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통신기기 종합몰 대표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경기의 한 통신기기 부품 제조 및 도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운영하면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대표 지위를 이용, 회계장부상 단기채권의 형식 등으로 회사 자금 약 50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회사 직원에게 지시해 근무하지 않는 ‘유령 직원’을 만들어 허위급여 명목으로 115회에 걸쳐 6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이체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또 배우자가 운영하는 음식점 보증금을 내주는 등 2012년부터 6년간 75회에 걸쳐 15억원이 넘는 자금을 부인 경비 등으로 임의사용했다. 이외에도 12억여원의 법인 자금을 자녀 명의 땅을 구매하는데 유용하기도 했다.

 

해당 회사는 한때 연매출 2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등 업계 톱 브랜드로 유명했으나 A씨의 자금 유출이 계속되며 지속적인 매출 하락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2019년 즈음 직원 절반 이상을 내보내면서 임금 체불 등 갈등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가정이 있는 가장이 한순간에 직장을 잃고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해 생활고를 겪는 등의 피해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에도 A씨는 새로운 사업장을 내거나 법인 차량을 구매하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갔다고 한다.

 

재판부는 “A씨가 개인적으로 유용한 법인 자금이 10여년 동안 51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인정됐다. 회사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이익과 업무를 위해 자금을 집행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는 사람으로서 죄질이 상당히 무겁다”면서 “다만 일부 횡령 사실을 인정하는 점, 가지급금이 발생하면 변제 후 다시 가지급금을 받는 방식으로 거래를 반복해 피해 규모가 누적 확대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 재판은 내달 11일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