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0 총선을 앞둔 마지막 정기국회가 극심한 정쟁에 빠져들며 여야가 또다시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2일)을 넘겼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처리를 놓고 대치하던 여야는 이른바 ‘쌍특검’ 도입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 실시 등을 놓고 다시 정면 충돌할 전망이다. 이처럼 경색된 정국 탓에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게(24일) 예산안을 통과시킨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기국회 회기(9일) 내 예산안 처리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곧이어 12월 임시국회를 추가로 소집해도 막판까지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 도입안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도입안 등 이른바 ‘쌍특검법’과 채 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 계획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쌍특검법 추진을 ‘정쟁용’으로 규정하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위원장 탄핵안을 두고 한 달 가까이 이어진 극한 대치가 이 전 위원장 자진사퇴로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산 넘어 산인 형국이다. 이같이 타협과 절충을 통한 합의 도출이라는 민주적 절차가 오랜 시간 외면당하면 국민의 정치 피로감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도 여야는 힘겨루기를 벌일 전망이다. 예결위는 지난달 13일부터 예산안 조정소위를 가동해 예산안을 심사해 왔지만, 쟁점 예산을 둘러싼 견해차가 커서 일부 감액 심사를 마쳤을 뿐 증액 심사는 손도 대지 못했다. 이후 이른바 ‘소(小)소위’에서 심사를 이어 갔지만, 연구개발(R&D) 예산과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원전 및 재생에너지 예산, 새만금 사업 관련 예산 등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결국 이번 예산안도 새해가 임박해 또 허겁지겁 날림 심사할 공산이 크다.
야당의 잇따른 강수에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정치적 계산이 깔렸지만, 협상과 설득을 통해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하지 않는 여당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정치가 실종되며 아동학대범죄처벌 개정안, 학교폭력예방법 등 400여건의 중요한 민생 법안도 표류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고 물가 압박은 커지는 등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 여야는 민생은 아랑곳없이 정략만 좇는 대결 정치를 반복하며 언제까지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