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들려 오는 ‘나쁜 소식’(bad news)에도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 지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이 이런 발언을 해 주목된다. 구체적 상황에 관한 언급은 피했으나 요즘 우크라이나의 처지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우크라이나가 당장 러시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 하더라도 우크라이나를 위한 나토 회원국들의 군사원조는 계속돼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3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독일 방송 ARD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전쟁은 여러 양상으로 전개되는 법”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시기에는 물론 불리한 시기에도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들려 오는 나쁜 소식에도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침범한 러시아군을 몰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을 반영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이 제공한 탱크를 앞세워 대반격을 시도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의 상당 부분을 점령하고 있으며, 두 나라 군대가 대치하는 전선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여기에 대규모 군사행동을 어렵게 만드는 혹한기가 다가오면서 올겨울 우크라이나군이 유의미한 승리를 거두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이 틈을 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군대 병력을 전보다 17만명가량 늘려 130만명 규모로 확대하는 법안에 정식 서명했다.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최대 50만발로 추정되는 엄청난 분량의 포탄을 지원받아 무기도 넉넉한 편이다. 서방의 군사원조 감소로 탄약 재고가 부족해진 우크라이나와 대조적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를 의식한 듯 “유럽 국가들의 방위산업이 파편화돼 있다”면서 나토 회원국들에게 더 많은 탄약을 생산해 우크라이나로 보낼 것을 촉구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승리는 우크라이나에 비극이 될 뿐만 아니라 나머지 동맹국들에도 위험을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면 할수록 전쟁은 더 빨리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