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미국 작가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이 생각난다. 가난한 부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상대에게 주고 싶었으나 돈이 없었다. 아내는 긴 머리카락을 잘라서 판 돈으로 남편의 시곗줄을 샀다. 남편은 가보로 내려오는 시계를 팔아서 아내의 길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빗어 내릴 빗을 샀다.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서 상대에게 줄 선물을 샀지만 그 선물은 소용없게 되었다. 그러나 부부는 그 선물을 통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눈물을 흘렸다. 때로는 가난이 삶을 남루하게도 만들지만, 가난 때문에 소중한 것이 더욱 반짝거려서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도 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새 신랑 민우씨는 들뜬 마음을 안고 우체국으로 들어섰다. 아내는 큰 수술을 받고 퇴원한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서 본가에 머물고 있었다. 힘든 내색 한 번 안 하고 정성을 다해 어머니를 보살피는 아내가 고마웠다. 민우씨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아내의 시선이 오랫동안 머문 바로 그 장갑을 드디어 오늘 샀다. 가장자리가 부드러운 털로 둘러싸인 보라색 가죽 장갑이었다. 그날 아내는 가격표를 보고 관심 없는 척 재빨리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애 시절부터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살펴준 고마운 아내다. 민우씨는 창구 직원에게 소포 상자를 내밀었다. 그런데 뜻밖의 질문이 날아왔다. “소감요?” “네? 아, 네, 설레고 기쁩니다” 그러자 우체국 직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다시 물었다. “성함요?” 글씨가 희미해서 이름을 물은 것인데 마음이 서성대서 잘못 들었다. 민우씨는 우체국을 나오면서 픽 웃었다. 바로 그때 함박눈이 난분분 난분분 내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삶의 고단함이 일시에 걷히면서 한번 멋지게 살아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