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정신건강 국가 관리, ‘자살률 1위’ 오명 벗는 계기로

尹 “더 이상 개인 문제로 안 두겠다”
조기발견·치료 통해 일상회복 초점
일관된 정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

정부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정신건강 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었다. 범정부 차원의 정신건강 혁신방안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 초청을 받은 정신장애인과 가족들 앞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더 이상 개인 문제로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가가 나서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를 챙기고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정부의 국민 건강관리 목표가 육체건강에 치우쳤던 만큼 올바른 정책 방향이 아닐 수 없다. 잇단 ‘묻지마식’ 흉기 난동과 높은 자살률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오래전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3명(27.9%)꼴로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장애를 경험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20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24.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2016년과 2017년을 제외하고 2003년 이후 부동의 1위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의 그릇된 시각과 인식으로 오롯이 개인과 가족에 책임이 주어져 온 탓이다.



정신질환은 빨리 발견해 치료할수록 상태를 더 낫게 할 수 있다. 상담치료와 적절한 약물 복용을 지속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다. 정부가 정신장애인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 치료지속을 통해 일상회복을 돕는 체계 구축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 건 긍정적이다. 정부는 내년 정신질환 중고위험군 8만명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2027년까지 대상자를 50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20∼34세 청년 정신건강 검진 주기를 10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대상 항목에 조현병, 조울증 등도 추가하기로 했다. 관건은 정부가 얼마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가느냐다. 최근 법원도 2019년 진주방화살인사건과 관련해 중증정신질환자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에 40% 배상책임을 묻지 않았던가.

이제 국민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첫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이번 대책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 청소년과 노인 정신건강 관리체계를 더욱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가까운 동네 정신과의원을 찾아 상담받고 중증질환자가 입원하는 게 어렵지 않게끔 인프라를 갖추고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신과 상담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의 시선이 이제 바뀌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언제까지 ‘자살률 1위’의 오명을 쓰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