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제도 개선 요구에 정부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개선 방안을 둘러싼 이견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 당국과 유관 기관들은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과 담보비율을 통일하는 대안을 마련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가 여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 구축도 쉽지 않아 공매도 관련 개선안은 사실상 연내 처리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민동의청원 플랫폼에 올라온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청원은 이날 동의인 수 5만명을 넘겼다. 공매도가 지난달 6일 금지됐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공매도 잔고는 금지 이후 지난달 30일 기준 코스피 22%, 코스닥 15%가 감소했지만 공매도가 많은 이차전지 관련주의 잔고는 크게 줄지 않으며 공매도 금지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대외 신뢰도 하락만 낳았다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개인과 기관이 90일 내 공매도를 상환한 뒤 1개월간 같은 종목에 대한 재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금융 당국이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90일로 통일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연장이 가능하다면 사실상 무기한 공매도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이 공매도 금지 예외로 지정한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전면 금지하고, 공매도 담보비율도 당국이 제시한 105%에서 130%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도 당국과 이견이 있는 부분이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 개선안이 발표됐지만 총선을 앞두고 보여주기식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개인의 공매도는 1% 내외에 불과하고 공매도 시장은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이 독점하는 체제인데 우대하고 혜택을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유관 기관은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영규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기획부 부장은 전날 공매도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공매도 개선은) 시장 형평성 차원에서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게 주요 목적”이라며 “대차거래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적인 규칙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위배되지 않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연내 공매도 개선 법안 통과는 불투명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공매도 제도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심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